23일 서울 지하철 파업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기관사 등 대체인력의 피로가 누적돼 전동차 급정거, 무정차 통과 사고 등이 잇따라 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 및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전날 업무복귀 명령 이후 노조원들이속속 복귀해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일을 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기관사 등승무직원의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했다며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퇴직자 및 간부직원으로 채워놓은 기관사 대체인력이 선로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현장감각이 떨어져 전동차의 무정차 통과 및 급정거 등 사고가 잇따라 파업이 장기화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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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선 역장은 "전날 역무담당 직원들이 대거 복귀하면서 일선 역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기관사 등 승무직원들이 사흘째 2교대로 작업을 벌이고 있어 피로가 누적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수서 승무본부의 한 직원은 "기관사 대체인력들이 운전미숙으로 불편함을 많이느끼는 것 같다"며 "속도를 제대로 제어못해 자동제동장치가 작동되면서 전동차가급정거하거나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사례가 있어 승객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말했다.

실제로 파업 이틀째인 22일 오전 11시27분께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는 전동차가 정차시기를 놓쳐 역 중간에서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전동차는 무정차 통과와 다름없이 잠시 멈춘 뒤 바로 다음역으로 향해 승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게다가 파업 사흘째가 됐지만 노.사 교섭이 전혀 이뤄지지 않자 차량지부 5개지회장이 파업을 유보한 뒤 교섭을 재개하라고 촉구하는 등 지하철 노조원의 농성장이탈이 가속화되자 일선 노조원들도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지하철 노조측은 이에 대해 사측의 여론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조합원대거 이탈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노조원 김모(34)씨는 "사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노.사 교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노조측만 불리해 질 것"이라며 "뭔가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파업 사흘째 아직까지는 출.퇴근길에 큰 혼란을 겪지 않았던 시민들도 서서히 불안함과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회사원 김성훈(29)씨는 "태릉에서 강변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파업이후 배차간격이 부쩍 늘었다"며 "한 차를 보내고 다음 차랑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회사원 류상은(28)씨도 "파업이 사흘째 지속되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가 많아졌다"며 "노사가 빨리 타협점을 찾아 파업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조성현.김병조기자 jamin74@yna.co.kr cimink@yna.co.kr eyebor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