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희대의 살인범 유영철씨 사건 추궁을 위해 23일 긴급 소집된 국회 행자위 전체회의에서 경찰 지휘.감독권이 있는 허성관(許成寬) 행자부장관이 여름휴가를 간데 대해 일제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이날 허 장관이 휴가로 인해 회의에 참석하지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이 잘못하면 행자부장관이 책임을 지는데 오늘 같은날 소관 국무위원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같은당 이인기(李仁基) 의원도 "경찰은 더운날씨에 휴가를 반납하고 살인사건 수사에 힘을 쏟고 있는데 행자부장관이 휴가를 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행자부장관은 국민의 충복으로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수사를 독려하고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이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이영순(李永順) 의원도 "시민 20명이 살해되는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행자부장관이 휴가를 가는 등 책임기관인 행자부에서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고 가세했다.

특히 이용희(李龍熙) 행자위원장(열린우리당)은 "위원장이 못나오게 하더라도자기발로 쫓아 나와 `무더위에 의원님들 고생하지 마시고 저에게 책임을 지워주십시오'라고 하는게 정상적 자세인데 애매한 경찰청장을 앉혀놓고, 여러 의원들 을 고생하게 하는 것은 돼먹지 않은 자세"라고 질타했다.

이 위원장은 거듭 "내주 월요일 장관이 돌아오니까 두번 다시 이따위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희대의 살인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경찰의 수사태도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수사대책 등을 추궁했다.

이영순 의원은 "유씨의 살인유형이 비슷했기 때문에 3,4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했을때 수사본부를 구성했으면 추가 살인을 막을 수 있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고, 우리당 우제항(禹濟恒) 의원은 "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죽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찰내 통계도 없고 수사팀이 없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과학적 수사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김기춘 의원은 "KAL기 폭파사건 범인인 김현희씨를 당시 바레인에서 신병을 확보했을때 김씨를 감시하는 바레인 여자경찰은 김씨가 용변을 보러 화장실에 갈때 서로 한손에 수갑을 채우고 용변이 끝날 때까지 대기했었다"며 당시 일화를 소개하고경찰의 감시소홀로 인한 피의자 도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