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20일 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34)씨가 이미 확인된 살인 16건(20명 살인) 외에 서.남부 연쇄살인 등 다른 미제사건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시내 일선 경찰서 형사.방범과장 등 70여명이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미제사건에 대한 공조수사 강화 방안과 실종신고가 접수된 미아.가출자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일부 미제사건 담당 경찰서는 별도로 유씨를 조사하고 미제사건과의 연루 가능성 여부를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 주요 미제사건 주목 = 유씨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16건 외에 경찰이주목하고 있는 서울 시내 주요 미제사건은 서.남부 연쇄 살인 4건을 포함 9∼10건이다.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 사건은 4∼7월 서울 구로.동작.영등포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4건의 여성 살인사건. 4월22일 고척동과 5월9일 대방동에서 여대생 김모(20)씨와 또다른 여대생 김모(22)씨가 희생됐고, 5월13일엔 대림동에서 중국동포 김모(30.여)씨가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1월30일 구로3동에선 40대 초반 여성이, 2월26일에는 신림4동에서 여고생이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될 뻔했다가 겨우 목숨을 건진 일도 있었다.

또 5월22일 종로구 원남동 S빌딩 5층 가정집에서 발생한 김모(65)씨 살인사건도관심이 가는 미제사건이다.

우선 피해자가 유씨의 주요 타깃이었던 부유층 노인이었고 흉기로 피해자의 목과 복부를 28차례나 찌르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했으며 범행도구와 지문 등 범인이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은 점 등이 주목된다.

또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족적이 `버팔로'는 아니었지만 크기가 유씨의 발 크기와 비슷했던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에 앞서 2월6일 동대문구 이문동 J음식점 부근에서 패션몰에서 일하는 20대여성이 흉기에 가슴과 복부 등을 5차례 찔려 사망했으며 5월30일에도 강남구 역삼동의 다세대주택에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있었다.

◆ 뚜렷한 혐의점 아직 못 밝혀 = 유씨 검거 이후 미제사건을 맡고 있는 일선경찰서는 형사들을 기동수사대로 급파, 유씨와 미제사건의 관련 여부를 직접 추궁했지만 이렇다 할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문동 패션몰' 여성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청량리서 형사과장은 "유씨 검거 뒤형사들을 기수대로 보내 유씨와 피해자의 통화내역을 대조했으나 유씨가 휴대전화를사용한 적이 없었고 피해자 사진을 보여줘도 범행을 부인했다"며 유씨의 연루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서.남부 연쇄살인의 대표적 사건인 보라매공원 여대생 피살 사건을 수사중인 노량진경찰서는 당시 범행 현장 주변에서 용의자를 봤다는 목격자 1명을 기수대로 데려가 유씨를 보여줬으나 `다른 사람'으로 판명났다고 전했다.

신사동과 삼성동 살인사건이 유씨의 소행으로 드러나 짐을 던 강남경찰서도 5월말 발생했던 역삼동 다세대주택 30대 여성 살해사건과 유씨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한차례 조사를 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혹시 모른다는 심정으로 유씨와 역삼동 다세대주택 여성살해사건과의 관련성을 물었지만 본인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해서 유씨와의 연관성에는 따로 혐의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남동 사건을 수사중인 동대문서 조종완 형사과장은 "원남동 사건은 다른 부유층 살해사건과 6개월 이상 시차가 있고 단독주택이 아니라는 차이가 있지만 잔혹한범행수법 등으로 미뤄 유씨 연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