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의 가동이 19일 전면 중단됨에 따라 '에너지 대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가 국내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30%를 공급하고 있어 수송 물류 전력 등 연관 산업의 연쇄적인 조업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번 꺼진 공장을 재가동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우려된다.

◆ 공장 가동 올스톱

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은 이날 오후 1시40분께 중질유 분해시설(RFCC)과 폴리프로필렌(PP) 생산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순차적으로 꺼지기 시작해 오후 5시20분께 전 공정이 완전히 멈췄다.

원유 정제∼중질유 분해∼방향족(벤젠 톨루엔 자일렌)∼폴리프로필렌으로 이어지는 일관 공정의 특성상 한 곳에 문제가 발생하면 순차적으로 전 공정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가동 중단 사태와 관련, 노조는 성명을 통해 "회사측이 조종실로 이어지는 전력선을 끊으면서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모든 책임을 노조로 돌리려는 회사측의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노조가 물리적으로 조종실을 점거한 뒤 전원 스위치를 내린 것"이라며 노조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LG정유는 18일 2백20억원 손실에 이어 앞으로 매일 4백억원대의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LG정유는 공장 가동 후 정상화에만 5∼18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설비 가동 중단 당시의 상태에 따라 장기화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에너지 대란 가시화되나

LG정유의 가동 중단으로 에너지 대란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비축분은 37일분이지만 실제 내수용 재고는 10일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2천8백여개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LG정유의 생산 중단으로 자동차 선박 항공기 철도 등 연료유 공급의 30% 정도가 중단돼 수송 및 물류대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내에 기항하는 외국 선박 연료의 30%, 항공기 연료의 40%에 대해 공급이 끊기면서 해외 여객 운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정유는 또 각종 유화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 전국 소비량의 20% 정도인 하루 14만배럴을 생산, LG석유화학 여천NCC 호남석유화학 등에 공급해 왔다.

또 방향족과 폴리프로필렌 등을 여수산업단지 내 유화업체에 제공해 왔다.

이번 가동 중단 사태로 여수산업단지 주요 공장들의 조업 차질이 불가피하며 파업 장기화시 연쇄 조업 중단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LG정유로부터 원료의 70%를 공급받는 삼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여수산단은 LG정유에서 시작해 몇몇 주요 공장을 거쳐 원료가 공급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LG정유의 가동 중단은 산단 전체의 '셧다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남해안과 서해안 도서지역에 발전용 연료유를 공급하던 LG정유의 생산 차질은 이들 지역의 전기 공급을 완전히 끊을 것으로 우려된다.

◆ 공권력 투입 논란

회사측은 오후 3시 시설물 보호 등을 이유로 공권력 투입을 요청, 오후 4시30분부터 경찰병력 3개 중대 4백여명이 공장 정문 앞에서 대기 중이다.

그러나 경찰측은 노조와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주요 설비가 폭발할 가능성을 염려,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사측이 불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다가 공권력 투입으로 나서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원들의 계획적인 불법 점거로 생산 설비가 통제되지 않고 혼란 상태에 놓이는 등 공장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수=최성국ㆍ김병일ㆍ정태웅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