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금융부문을 키워오면서 그룹의 수익창출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 혼합금융그룹들은 금융부문을 계열기업에 대한 지배와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GE의 금융부문 순이익은 지난해 74억달러(약 8조5천억원)로 모기업 전체 순이익의 절반에 달했지만 삼성의 경우 금융부문 순이익이 고작 200억원에 그치면서 그룹 전체 순이익의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은행 은행국 안정분석팀의 김인구 과장은 19일 `GE의 금융업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GE의 금융부문은 100% 출자 중간지주회사인 GE캐피털서비스를 통해 은행과 증권업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업무를 영위하고 있으며, 자산규모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5천545억달러에 달해 GE 총자산의 85.6%, 영업이익은 643억달러로 전체 영업이익의 49.3%를 각각 차지한다.

특히 모회사인 GE는 금융부문이 발행하는 채권의 지급보증 등을 통해 중간지주회사인 GE캐피털서비스의 신용도를 AAA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은 금융자산이 110조9천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7.7%를 차지하지만 금융부문 영업수익은 34조원으로 전체의 28.8%에 그쳤다.

금융부문 순이익은 GE가 74억달러로 전체의 49.3%를 차지한 반면 삼성은 삼성카드 부실에 따른 손실 1조3천억원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200억원으로 그룹전체 순이익의 1.3%에 그쳤다.

보고서는 GE의 경우 100% 출자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금융부문을 소유하고 있는반면 국내 혼합금융그룹들은 계열사간 순환출자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며, GE는 금융부문 자회사와 제조업 부문 자회사간 금융거래가 거의 없는 반면 국내혼합금융그룹은 계열사 상호간 출자와 지급보증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금융부문의 문제가 발생하면 GE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기준으로 해당부문의진퇴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1986년 증권회사를 인수한 후 수익성이 악화되자 94년이를 매각한 이래 증권업무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에 반해 국내 혼합금융그룹들은 금융부문을 수익성 창출원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계열기업들에 대한 출자, 지배,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특정 금융부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청산.매각보다는 타 계열사로부터의 추가지원이나 계열사간 합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GE의 경우 처럼 금융부문에 대한 중간지주회사방식을 도입, 혼합금융그룹의 출자구조를 단순화해 그룹내 계열사간 지배관계를 명확히하고 계열사간 경영부실의 파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