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출신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말실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토마스 클레스틸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 장례식에서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는 등 나라 안팎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슈워제네거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최근 주(州) 의원들을 비하, 설화(舌禍)를 입은 것.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8일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전날 LA 온타리오 밀스 쇼핑센터의 한 식당에서 가진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의회내 반대세력을 '계집애같은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면서 비롯됐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유권자들에게 1천30억 달러규모의 새 회계연도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선거에서 그들을 "끝장내라"로 촉구, 민주당은 물론여성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보디빌더이자 할리우드 슈퍼스타출신 '터미네이터'가 말 한마디 실수로 곤혹스런 입장에 빠진 셈이다.

처리시한인 지난 달 30일을 넘겨 17일동안 표류중인 예산안을 놓고 고심해 온공화당 중도우파 주지사 슈워제네거는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한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상ㆍ하원 의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구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비난, "그들은 (협상)테이블에 되돌아와 예산안을 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로 예산안 통과를 겨냥한 압박이었지만 "계집애같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16분동안 연설에서 두 차례나 튀어 나왔다.

이 말은 원래 주말 TV심야프로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서 슈워제네거를 가볍게 풍자한 패러디에서 나온 것. 코미디언 대너 카비, 케빈 닐런이 오스트리아 액센트에 '근육을 잔뜩 부풀린' 보디빌더 역을 하면서 근육이 없는 몸통을 가진 이들을"계집애같은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을 이번에는 슈워제네거가 '재탕'한 셈. 존 버튼 주 상원의장 대행은 "'계집애같은 사람'이라는 말의 정의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고 패비언 누네즈 하원의장도 주지사가 입 밖에 내놓아서는 안될 말을 했다며 "그는 오는 11월 (주 의회) 의원들을 '끝장내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정말 그 뜻을 모르겠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공박. 이밖에도 주 하원 여성의원 사라 레이어스도 "그는 사과해야 하며, 무슨 말을하기 전에 두번은 생각해야 한다.
나는 그의 부인 마리아가 그걸 다시 한번 일깨워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편 타임스에 인용된 미 여성운동단체 '페미니스트 머저리티'의 엘리너 스밀회장 역시 "여성들은 강하다.
그리고 전체 인류의 절반을 모욕하는 것은 매우 기분나쁜 일"이라며 "여성들을 욕되게 함으로써 그는 오히려 남성들을 모욕하고 있다"고공격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특파원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