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들과 재계 및 시민단체 대표들이 현 정부의 재벌정책을 놓고 14일 국회도서관에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주최로 열린 "재벌정책 토론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참여연대측 대표들이 토론자로 참석,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고 즉각 양측의 "입"으로 통하는 이승철 전경련 상무와 김상조 한성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장)가 토론을 시작했다.

토론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에서 시작해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 <>금융보험 계열사의 의결권 축소문제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 재도입 <>지주회사제도 보완 방안들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3시간에 걸친 토론 시간의 상당 부분을 재벌규제를 강화해야 할 시점인가에 놓고 양측이 해답없는 설전(舌戰)을 펼칠 정도로 재벌문제를 둘러싼 극심한 견해차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시장개혁 로드맵 공방

이동규 공정위 정책국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지난 86년 12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및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골격으로 하는 대기업집단 시책이 도입됐지만 정치·경제적인 변화와 정책적 변화에 따라 여러차례 바뀌어왔다"며 "시장개혁 로드맵은 재계·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해 만든 장기 비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곧바로 "공정위가 내놓은 시장개혁 로드맵은 소유지배구조 관련 로드맵"이라고 단정짓고 "외국인의 지분비율이 50%를 넘는 S사나 H사 등 대표적인 대기업들을 놓고 왜 소유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측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는 "이번 공정위 개정안은 기껏해야 2002년4월 이후 후퇴한 재벌개혁을 그 이전상태로 제대로 환원시키지 못하고 있는 수세적 성격의 안"이라며 공정위측을 몰아붙였다.

◆현격한 시각차만 확인

주제가 대표적인 재벌규제 중의 하나인 출자총액제한제도로 넘어가자 양측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양금승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정부는 로드맵에서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시장 자율감시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될 경우 출자규제 폐지를 전면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2005년1월부터 증권집단소송제가 시행되는 등 기업의 내외부견제시스템이 구축되기 때문에 출자규제 폐지를 3년 이후로 미룰 필요가 없다"며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교수는 이에 대해 "출자규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98년 그랬던 것처럼 총수의 지배권,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이 권리는 결코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다"며 "출자규제 폐지를 완화하자는 것은 결국 과거의 재벌체제로 회귀하자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의결권 등 놓고 3인3색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차단의 핵심 이슈인 재벌금융사 의결권 축소를 놓고는 공정위와 재계,참여연대의 시각이 서로 달랐다.

공정위는 자산 2조원이상 재벌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의결권을 2006년부터 3년간 매년 5%포인트씩 줄이겠다는 정부합의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재계는 "의결권 축소는 우량기업 투자를 통해 고객자산을 관리하는 기본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을 조장한다"며 현실감이 없는 탁상행정임을 지적했다.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3년기한 재도입 방안에 대해서도 재계의 불가 주장과 참여연대의 '계좌추적권 상설화 및 조사대상의 위장계열사로의 확대'주장이 맞섰다.

정태웅·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