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흔치 않지만 60∼70년대만 해도 집안에 궂은 일이 생기면 굿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이 잘 안풀려도,우환이 생겨도,아기가 안생겨도,자식이 시험에 떨어져도 모두 귀신 탓이라 여겼고 따라서 이를 풀자면 굿판을 벌여 귀신을 위로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굿은 '세상 만물에 신이 있다'(萬物有神)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복을 부르고(초복),오래 살고(수명),집터를 잡고(안택),아들을 원하고(기자),액을 물리치고(제액),병을 고치는(치병) 등 온갖 일에 굿을 앞세운 것도 그런 까닭이다.

어느 것이든 현실의 각종 제약을 없애고,유한한 존재를 영원하게 해달라는 소망을 담는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천신굿(재수굿)과 오구굿(씻김굿)으로 나뉜다.

천신굿은 작은 신령까지 잘 대접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비는 것으로 서해안의 대동굿과 동해안의 별신굿,중부지역의 도당굿이 이에 속한다.

오구굿은 죽은 영혼이 허공을 떠도는 귀신이 되지 않도록 위로함으로써 편안하게 저승으로 인도하는 진혼제이자 망자천도의례다.

보통 굿청의 부정을 씻는 부정굿부터 시작,성황신에게 굿을 하게 된 연유를 고하는 성황굿에 이어 조상들에게 고하는 조상굿,죽은 이의 혼을 부르는 초망자굿,영혼을 달래는 염불,굿판의 여러 잡신을 접대하는 뒤풀이로 진행된다.

전라도지방의 '씻김굿'은 죽은 사람의 옷을 돗자리 등으로 말아 몸체를 이루고 넋을 불어넣은 식기로 만든 머리에 솥뚜껑으로 모자를 씌운 다음 무가를 부르며 빗자루로 씻긴다.

초상집에 다녀와 병이 나거나 부부 사이가 나빠질 때,억울하게 관재를 입었을 때 하는 살풀이는 무당이 살이 낀 사람을 밖을 향해 앉힌 뒤 머리에 땀밴 속옷을 덮고 콩·팥·좁쌀·수수·쌀 등을 머리 위로 해서 마당쪽으로 뿌리거나 봉숭아나무 가지로 활을 만들어 화살에 메밀떡을 꽂아 밖으로 쏘면서 살풀이 주언을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종류에 관계없이 굿은 맺힌 걸 풀고 원혼을 달래고 복을 부르고 용서를 빌기 위한 것이다.

서양에서처럼 귀신과의 싸움이나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귀신에 대한 위로와 달램,인간과 귀신의 용서와 화해를 위한 장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