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호화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고 주가를 조작하는 데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이 단체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현역 군인과 군무원들이 매월 납부하는 회비(일종의 장기저축)로운영되는 국방부 산하기관이다.

김승광(60.예비역 육군중장) 이사장을 비롯한 예비역 장교 및 장성들이 대다수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다 국방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등 군과 '끈끈한' 유대관계를맺고 있다.

현역 장성과 영관 장교, 군무원 등 15만489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창립 20년만에 총자산 3조9천364억원,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재계에서 '숨은 실력자'로 통한다.

1984년 직업군인의 전역 후 생활안정을 위한 목돈마련과 내집마련 자구책 강구차원에서 외자물자 정보센터인 용산무역과 물류저장업을 위한 수영 저장소, 잼과 주스를 생산 납품하는 제1식품사업소 등으로 출범했다.

당시 총자산 223억원 규모였던 군인공제회는 경기불황 여파 속에서 다양한 건설투자와 인천 문학산터널 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인수합병(M&A) 등에서 잇단 성공 신화를 일궈내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지만 운영실태는 베일에 싸였다.

막강한 자금력에 힘입어 부동산 개발과 주식.채권 투자, M&A 등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면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과 M&A에 투자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이며, 올 3월 말 현재 부동산 개발과 투자 규모는 2조4천517억원이다.

서울 광화문의 '경희궁의 아침'에 2천500억원, 여의도 '리첸시아'에 600억원을동원하는 등 굵직한 건설사업 중에 공제회 자금이 투입된 사례가 많다.

시행사에 돈만 대고 높은 이윤을 얻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동원해 IMF이후 호황을 탄 건설업 분야로 뛰어들어 막대한 돈을 벌었다.

지난해 4월에는 금호타이어를 전격 인수하면서 '군인이 세계 10위권의 타이어회사를 삼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화제를 뿌렸다.

2001년에는 여신전문 금융업체인 중부리스금융(주)과 부동산신탁 업체인 대한토지신탁(주)을, 2002년에는 경남리스융(주)을 인수했다.
지난해는 AK캐피탈을 통해 'NHB'라는 이름으로 출범하는 한보철강 A지구 투자에 참여했다.

같은해 6월 중순께 AK캐피탈과 4천만달러(4백80억원)를 투자키로 합의했으며 한보철강 매각이 성사될 경우 자본금 1억7천만달러로 출범하게 될 NHB의 지분 23.5%를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관련업계에 나돌았다.

지난달 창간된 국내 최초의 만화 무가지 '데일리줌'(Daily Zoom)에 자회사인 공우ENC를 통해 수십억원을 투자, 지분의 50.1%를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공제회 관계자는 "M&A에 관심이 많다.
좋은 기업이나 사업엔 과감하게 투자할것이다.
엔터테인먼트나 스포츠레저 산업도 유력한 분야다"라고 말해 앞으로 사업분야를 계속 확장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공제회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곱지않게 보는 시선도 적지않다.
투자를 위한 정보수집과 의사결정과정, 전문성 등이 충분하지 않고, 기금운용과 관련한투명성이나 국방부 또는 외부 기관의 감사시스템도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 우면산 근처에 60~100평형 주상복합아파트를 건립해 전.현직 장성들에게 분양 홍보물을 돌려 '전체회원의 0.3%인 장성들만을 위한 공제회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공제회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15만여명의 회원이 매월 납부하는 회비 때문이다.

회원 가운데 91% 이상을 차지하는 부사관 이상 군인과 군무원들은 매월 월급에서 1인당 평균 28만원을 납부한다.

계열사로는 보험업체인 용산대행(83년), 전투화, 군복 생산업체인 대양산업(88),정보화시스템회사인 군인공제회C&C(92), 시설관리업체인 공우ENC(99) 등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