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두 개의 엇갈린 의견을 동시에 듣고 싶다면 "이코노미스트들에게 물어보라"고 사람들은 흔히 농담조로 말한다.

그러나 지난 30개월 동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들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여하는 연준 은행장 19명은 모두 한결같이 같은 의견만을 피력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의견을 내면,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앵무새같이 이를 따라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12월 이후 FOMC 회의에서 반대의견이 나온 것은 고작 3건에 불과하다.

FRB 이사들은 다른 토론 행사에서도 한결같이 그린스펀 의장과 똑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FOMC를 '그린스펀 공개시장위원회(GOMC)'라고 비꼬기도 한다.

FOMC가 주장이 강한 의장을 가졌던 사례는 많다.

하지만 목소리가 높기로 유명한 폴 볼커 의장 시절에도 건강하고 발전적인 토론과 반대의견 제시는 흔했다.

그린스펀 재임기간 중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최근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이 내부 토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FOMC 멤버들 중 과연 누가 "긴급한 위기가 다가왔다"며 뚜렷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 이같은 일이 생겼을까.

그 이유는 FOMC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80년대 시장 참가자들은 FRB의 정책의지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무작정 '추측'을 해야만 했다.

FOMC 정책자료는 6∼8주가 지나서야 일반에 배포됐던 시절이었다.

지난 94년 이후 그린스펀 의장은 FOMC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으며,자신의 발언도 '정형화(standardized)'하려고 노력했다.

투명성을 강화해 이른바 '시장과의 대화'를 중시하려는 의도에서였다.

투명성이 높아지자 FOMC는 외부 비판에도 무방비 상태가 돼 버렸다.

FOMC 멤버들 중에는 지난 90년대 의회에 불려나가 의원들의 호된 질문공세를 받기도 했다.

이후 FOMC 회의에서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만약 반대의견을 피력하면 그 주인공은 금세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게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린스펀 의장과 FOMC 멤버들은 반대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전임자들보다 두배 이상 그린스펀 의장의 재임기간이 길다는 점도 토론문화가 축소되고 있는 이유다.

FOMC 멤버들 대부분이 그린스펀 의장 재임기간 중 신규 임명된 사람들이다.

후임자로서 의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정책 결정시 그린스펀 의장이 가는 방향 그대로 따라가면 그만큼 마음도 편해지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정직하다는 사실을 FOMC 멤버들은 기억해야 한다.

지난해 봄 FOMC가 언제나 만장일치로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시중금리는 이내 곧 재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린스펀 의장은 '정직한 토론'이 현명한 금융정책을 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명심해주길 바란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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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의 경제 컨설팅 회사인 프리마켓 인코퍼레이티드(FMI)의 마이클 루이스 회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King Ala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