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리카르도 산체스 중장은 지난해 4월 바그다드 점령 당시 이라크 저항세력과의 싸움이 지금처럼 오래갈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일 오후 바그다드에서 차기 부임지인 독일로 떠난 산체스 중장은 5일자로 발행된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의 회견에서 "미군 병사들이 바그다드 함락후 1년이지날때까지 이라크에서 전투를 할 것으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체스 중장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직면한 적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진짜 테러세력이 있다"면서 "그러나 요르단 출신의 아부 무사부 알-자르카위 같은 한 개인을 제거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에선 현재 극단주의자들과 중도파가 싸우고 있는 양상"이라며"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추종세력도 여러곳에서 활동중이고, 더불어 외국의 극단주의 세력들도 미군과 이라크인들을 공격하기 위해 들어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내 저항세력과 외국의 이슬람 전사들이 감행하는 테러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며 순수한 의미의 저항과 테러를 구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일각에서 이라크전을 베트남전에 비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산체스 장군은 "이라크에서는 일종의 국민적 봉기가 없다"면서 베트남전 당시와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이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산체스 중장은 4일 오후 후세인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바그다드 알-파우궁에서 조촐하게 열린 환송연에 참석한 뒤 독일 주둔 미5군단 사령관에 취임하기 위해군용기편으로 이라크를 떠났다.

산체스 중장은 자신의 재임중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발생한 미군의 이라크인 포로학대 파문과 관련, "모든 병사들에 대한 총괄 지휘권은 자신에게 있었다"며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부 그라이브 사건의 여파는 엄청났다"고 시인하면서 "미군과 동맹군은이라크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며 정보획득을 위한 포로학대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산체스 중장이 조촐한 환송연에 참석한 뒤 곧바로 독일로 떠난 것은 폴 브리머 전 연합군 임시행정처(CPA) 최고행정관이 지난달 28일 주권이양식을 서둘러 끝내고 미국행 항공기에 몸을 실은 뒤 6일만의 일이다.

(파리.바그다드 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