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정치인은 후진타오 주석도, 원자바오 총리도 아니다.

리진화(李金華) 선지수(審計暑) 지장(計長)이 단연 인기다.

선지수는 우리나라 감사원에 해당하는 정부기관.리진화 지장은 감사원장과 같은 일을 한다.

리 지장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가 주도하고 있는 부정부패와의 전쟁 때문이다.

그는 정부 기업 금융회사 등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를 향해 날카로운 투창을 던지고 있다.

부정부패를 끝까지 추적, 국가재산을 환수하고 관련자를 감옥으로 보낸다.

'21세기 포청천'이다.

리 지장이 최근 전인대에 감사보고를 했다.

총 74억위안(약 1조1천1백억원)에 달하는 광둥성 한 민영기업가의 은행자금 사기사건, 허난성 한 공상은행 지점이 민간업체와 짜고 일으킨 2백16만위안의 어음 사기사건, 베이징 체육총국의 올림픽기금 1억3천만위안 불법전용 사건….

이밖에도 수십건의 부패사례가 보고서에 제시됐다.

특히 2백11억위안 규모의 중국전력공사 경영진 부정부패 사건은 전력난으로 시달리고 있는 중국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리 지장이 선지수를 이끌기 시작했던 지난 98년 이후 이맘때면 중국에는 언제나 '감사폭풍(審計暴風)'이 일어났다.

매년 수십명의 탐관오리들이 철창으로 보내졌다.

리 지장은 "나는 대문을 지키는 개(看門狗)에 불과하다"며 자신을 낮춘다.

그러기에 관리들은 그를 더 무서워한다.

리 지장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중국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인들은 기업-은행-공무원이 엮어가는 부패의 고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표출할 만한 적절한 방법이 없기에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인들은 지금 리 지장이 벌이고 있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정부패, 관리들의 무사안일주의 등이 심할 수록 국민들은 '포청천'을 그리워하게 돼 있다. 비단 중국뿐만은 아닐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