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어떻게 끌어온 사람들인데…."

한미은행 프라이빗 뱅킹(PB)센터 '로얄플라자'의 한 관계자는 파업 7일째를 맞는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씨티그룹에 인수되면서 PB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은행의 PB영업이 이번 파업으로 타격을 입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하소연이다.

실제로 정확한 규모가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 신한 하나 등 경쟁은행으로 PB고객 자금이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신한은행 강남PB센터 관계자는 "한미와 신한은행에 같이 예금을 맡겨놨던 한 고객이 최근 수십억원대의 예금을 한미에서 신한쪽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소재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도 "한 고객이 '씨티파크 청약을 위해 한미은행에 예치했던 돈'이라며 수억원을 우리 센터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PB서비스를 이용하는 '큰 손'들의 경우 은행 이용에 어려움이 있으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문에 지난해 파업을 했던 조흥은행도 PB서비스만은 정상운영했다.

그러나 한미은행은 직접 고객을 상담하는 PB들 가운데 상당수가 파업에 참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PB들이 파업현장에 가 있어서 기본적인 업무밖에 못하고 있다"며 "상담 등의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은 셔틀버스를 이용해 인근 거점점포까지 모셔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PB는 "거액자산가의 경우 접촉 자체가 어렵고 접촉이 되더라도 신규고객이 될 때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이번 파업으로 한미은행의 PB영업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파업 후 3일째 영업일이었던 지난달 30일에는 한미은행에서 5천8백5억원의 예금이 빠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사흘간 총 예금이탈 규모는 1조6천억여원에 달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