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29일 총파업을 강행한다고 한다. 현대차 등 대규모 사업장이 가세하는데다 이라크 파병 철회 등 정치적 이슈까지 내걸고 있어 보통 걱정이 아니다. 더구나 씨티은행으로 인수되는 한미은행 노조가 창사 이후 첫 파업까지 벌이고 있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근로조건과는 직접적 관련도 없는 무리한 주장을 내세우며 일단 파업부터 하고 보는 잘못된 관행을 도대체 언제까지 고집하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16일의 1차 총력투쟁에 이은 이번 2차 총력투쟁엔 올 최대규모인 10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보여 긴장이 높아만 가고 있다. 현대차 등 완성차 노조가 속한 금속산업연맹은 물론 서비스연맹 화학섬유연맹도 가세해 막대한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가 최후의 수단인 총파업을 벌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절박한 명분을 갖고 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사회공헌기금 조성,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 근무제,노조의 경영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원 근로조건과는 무관해 아예 협상대상이 되지 않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여기다 이라크 파병 철회라는 요구까지 덧붙였으니 노동운동의 본령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셈이다. 노동계 지도부가 무리하기 짝이 없는 주장을 내걸며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선명성을 과시해 조직 세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밖에는 보기 어렵다. 협상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총파업 날짜를 미리 정해놓았다가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강성 일변도의 전투적 노동운동은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행위와 크게 다를게 없다. 기업경영이 타격을 받으면 나눌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다 신규고용 억제 및 외국계 기업 진출 기피로 일자리도 축소되는 결과를 빚게 되는 탓이다. 노동계는 최근 독일 지멘스 노사가 왜 임금인상 없는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했는지(한경 26일자 참조),도요타 노사는 왜 40년간이나 무분규 합의를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노동계는 명분없는 파업 등 집단적 이기주의에 대해 이제 국민들도 신물이 날 지경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나라경제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데다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대적 불이익까지 강요하고 있는 탓이다. 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할 노동운동이 오히려 배척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노동계는 깊이 자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명분 없는 총파업은 이젠 제발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