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수 미나라고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미나가 베트남에서 인기스타로 떠올랐다는데 근거가 있나요?" 최근 한국의 일부 스포츠신문을 통해 '월드컵 여전사' 출신 가수인 미나가 베트남에서 인기스타로 부상했다는 등의 내용이 보도된 직후 현지인들은 한 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름마저 처음 들어보는 한국가수의 노래가 베트남에서 인기곡으로 떠올랐다는 것과 오는 26∼27일로 예정된 하노이 현지 팬사인회에 팬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우려한 주최측이 벌써부터 경호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등의 보도 내용을 전해들은 현지인들은 실소와 함께 격앙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반응의 근저에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을 사실인 양 보도한 일부 한국 매체의 '놀라운 상상력'에 대해 비아냥거림과 함께 베트남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쾌감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상당수 베트남인들은 한국이 이런 식으로 베트남을 무시할 경우 한창 고조되는 한류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돼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류스타 분야에서 현지의 최고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N기자는 "베트남 언론에서 한국가수 미나를 다룬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경우는 현지실정을 완전히 무시한 한국의 일부 스포츠지들과 관계자들이 과장단계를 넘어서 아예 사실을 왜곡한 경우로 기억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국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번역해온 T씨도 "연예인이나 스포츠신문의 상업성을 이해하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 심했다"면서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한국 연예인들은 TV 드라마나 영화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일부가 고작인 데 이름마저 생소한 미나가 인기스타로 부상했다는 보도는 전형적인 왜곡사례"라고 꼬집었다. 또 연예기획사를 운영 중인 L씨 역시 "일부 한국 연예인들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자칭 '한류스타'로 주장하는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능가하는 수준"이라면서 "베트남의 한류팬들을 이런 식으로 우롱할 경우 나머지 건전한 한류스타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노이에 주재하는 한국의 대기업 관계자도 "한류열풍에 편승해 베트남을 찾는 한국 연예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공연이나 팬 사인회 등에서 성의 있고 겸손한 자세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접대자리에서 만난 한 한류팬은 이번 경우를 예로 들면서 한류열풍의 실상이 이런 것이냐며 화를 내는 바람에 난처했다"고 실토했다. 이에 대해 미나의 매니저는 기자와의 국제통화에서 "하노이 케이블TV 개국기념행사에 초청받았을뿐 보도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다만 일부 신문들이 필리핀에서 확인된 미나의 인기가 베트남에서도 비슷할 것이라는 추정에 따라 기사화를 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나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지 아닐 지는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또 그를 초청한 한국업체 관계자도 "가수 미나를 초청한 것은 월드컵으로 주목을 받은 데다 베트남인들이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점을 고려해 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일부 스포츠신문의 보도 내용이 다소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에서 인기를 끄는 한류스타들은 드라마와 영화분야에서는 배용준, 송혜교, 최지우, 안재욱, 김현주, 장동건, 이병헌, 차인표, 김정화, 소지섭, 김남주씨가, 가요분야에서는 이정현씨와 베이비 복스 정도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이들은 베트남에서 방영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 주연급으로 출연했거나 현지에서 공연을 한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