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1일 이라크 주재 한국인이 저항세력에 납치돼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나흘 전 의원총회에서 "정부 방침을 존중한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던 추가파병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우려감 속에서 지도부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며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이날 오전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와의 연석회의 후 오후 긴급 당정협의 소집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은 신중히 대응하고 정부의 구출작업을지원해야 한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지금 우리의 반응을 그쪽(저항세력)에서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면서 "우리가 우왕좌왕하면 효과를 냈다고 오판할 수 있다. 신중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추가파병에 반대하거나 재검토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기류가 재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원웅(金元雄) 의원을 비롯한 의원 12명은 오전 모임을 갖고 야당 의원들과 연대해 23일께 파병재검토 결의안을 제출키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 67명의 파병 재검토 서명을 주도한 유승희(兪承希)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추가파병을 중지해 사람을 살려내야 한다"며 "서명 의원들을 다시 모아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파병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던 의원들도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윤호중(尹昊重) 의원은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며 난감해했고, 안영근(安泳根) 제1정조위원장은 "심각한 사태"라며 "당에서 시급히 논의할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파병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 시점에서 집권 여당이 앞장서서 파병 재검토나 철회를 주장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보다 냉정하게 사태를 지켜보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이우세하다. 천 원내대표는 당내 파병 반대론을 겨냥, "이 문제를 다른 문제와 연관시켜서는안된다"며 "책임있는 정치인은 신중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고, 당국제협력위원장인 정의용(鄭義溶) 의원은 "우리 입장이 어려워졌으나 파병계획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모색'도 이날 `대미비판' 성명을 발표하면서 피랍된 김선일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영문 메시지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무장단체에 전달할 예정이고, 윤호중 의원이 이달초 자신과 알 자지라 방송과 대담을주선했던 카타르재단측을 통해 무장단체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