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근로자 김선일씨 피랍사건은 오는 7월 미군의 이라크 주권 이양을 앞두고 외국인을 상대로 한 기습이나 테러 활동이 한층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것이 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주권 이양후 미군의 이라크 주둔의 명분과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해 미군과 협력 세력간의 관계를 어떻게든 절단하려고 시도, 이라크임시정부 요인 및 외국인 등을 상대로 한 테러를 본격화 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김선일씨 피랍 이전인 지난 13, 14일 바삼 살리 쿠바 외무차관, 카말자라교육부 문화국장에 이어 16일 국영 북부석유공사(NOC)의 보안책임자 하지 탈라바니가 피살된 것은 과격주의자들의 이러한 의도를 읽게 해주고 있다. 이와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이라크의 주권이양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저항세력이 미국 주도의 연합군과 이라크 국민의 의지를꺾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예고한바 있다. 미군은 특히 오는 7월 이후는 지금까지의 점령군의 위치에서 '지원군'의 입장으로 바뀌기 때문에, 비록 공격을 당하더라도 그전같이 즉각 총을 쏴서 반격할 수는없어 자체 방어에도 취약성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버드대의 '카 인권정책연구소'의 사라 세월 박사는 20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주권 이양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세에 능한 미군이 방어적인 지원 작전에 나서게 되는 것은 큰 변화" 라면서 "이라크군과 전투 부담을 분담하는 새로운 기법들이 개발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이라크 군이 전면에 나서는 만큼 미군은 점점 도시 지역에서 자취를 감추고 미군 진지도 도시 지역에서 한참 먼곳으로 재배치될 것이라는 것이다. 세월 박사는 "미군은 이라크 군과 함께 훈련하고 때로는 그들을 도와 전투를 해야 하겠지만 미군의 개입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그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즉, 미군이 공격을 당했을 경우에는 앞으로도 다른 누구의 허가를 구할 필요없이 당장 반응할 수 있지만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를 추적하고, 색출해 내는 등 보다적극적인 작전은 미군과 이라크군간 공동 임무가 될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이처럼 미군의 한정된 역할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게됨으로써 최근 미국인 닉 버그와 폴 마셜 존슨 피랍 및 참수 사건이나 이번 김선일씨 피랍 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테러가 또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