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고사(枯死)직전까지 몰렸던 ABS(자산담보부증권) 발행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기관투자가들이 '그래도 안전성이 뛰어나면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은 ABS밖에 없다'고 판단, ABS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BS의 발행 금리는 낮아지는 반면 발행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ABS 발행) 기업들 입장에서는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 금리 떨어지고 발행량 증가 =현대캐피탈은 21일 자동차할부채권을 담보로 3천2백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한다. 이번에 발행하는 ABS의 스프레드는 0.1%(만기 1년 기준)다. 스프레드는 트리플 A급 채권금리를 기준으로 한 가산금리다. ABS를 사겠다는 기관투자가들이 많을수록 스프레드는 낮아진다. 이 회사가 발행한 ABS(1년 만기)의 스프레드는 지난 2월에는 0.6%, 4월에는 0.33%, 6월에는 0.1%를 기록하는 등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그만큼 ABS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ABS 발행사 입장에선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대우캐피탈이 지난 9일 자동차할부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ABS(만기 1년9개월 기준)의 스프레드도 두 달만에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회사가 발행한 ABS의 스프레드는 4월 0.6%, 5월 0.35%, 6월 0.3%로 떨어지고 있다. ABS가 금융시장에서 인기를 끌다 보니 ABS 발행량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달 간 발행된 신규물량은 6천4백64억원에 불과했지만 5월 발행규모는 1조2천4백71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달에 발행될 신규물량도 최소 1조3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공급 부족이 문제 ABS가 금융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ABS만한 투자상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ABS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모자란다"는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ABS는 담보자산이 있어야만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이라며 "최근 카드사들이 자산규모를 급격히 줄이다 보니 ABS를 발행하고 싶어도 자산(담보)이 없어 발행을 포기하는 예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ABS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ABS 발행주체를 더욱 확대하고 차익거래 목적의 ABS 거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ABS 발행을 위해 필요한 유동화전문회사(SPC)의 설립자본금을 대폭 축소, ABS가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