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자연은 '가장 큰 책'이다. 이럴 때 고전 불어에서는 '책'이라는 단어의 앞글자를 대문자(Livre)로 시작한다. 사람이 활자로 기록한 일반 명사 '책'의 앞글자가 소문자(livre)로 시작되는 것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인간에게 가장 큰 책인 우주와 대자연. 그 속에는 아직도 모르는 비밀들이 무수히 감춰져 있다. 4백년 전 이탈리아의 피사에서 태어난 갈릴레이도 그랬다. 위대한 자연의 책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땅은 무엇이고 하늘은 무엇인가. 이는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 치환된다. '시데레우스 눈치우스-갈릴레이의 천문노트'(갈릴레오 갈릴레이 지음, 장헌영 옮김, 승산)는 근대 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이가 직접 기록한 별 관찰일기다.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망원경의 배율을 높여 천체관측에 사용했다. 달의 표면에 산과 계곡이 있고 분화구도 있다는 것, 금성이 달처럼 차고 이지러진다는 것, 태양에 흑점이 있어 태양면에서 운동하고 있다는 것, 희미한 은하수가 사실은 많은 별들의 집단이라는 것 등을 발견했다. 특히 목성 주위에 네 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는 것을 발견,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증명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이를 친구인 독일 천문학자 케플러에게 써 보냈다. 1610년 그의 별 관찰기록이 책으로 출간되자 유럽 학자들은 경악했다. 그러나 그의 문체는 간결하고 차분했다. '우주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연구방법도 이제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천문학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이 책은 초판 5백50권이 일주일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하늘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지동설은 큰 파문을 일으켜 결국 종교재판에서 '천동설이 옳다'는 자백으로 이어졌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유명한 명언으로 남아 있다. 무리한 망원경 관찰로 실명한 그는 1642년 세상을 떠났고 교황청은 그의 장례식과 묘비를 세우는 것도 금했다. 교황청이 종교재판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3백60년만인 1992년이었다. 그러나 그가 죽은 해에 뉴튼이 태어났고 천문학과 물리학 등 근대 과학의 모든 분야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그것은 철학과 문학 예술 분야로 부챗살처럼 퍼져 나갔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전체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지극히 작은 의문부호였다. 2백8쪽, 9천5백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