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백년대계를 두달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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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부터 시행에 못들어갈 수도 있다."
오는 8월 발표될 '대학입학 전형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의 전성은 위원장이 17일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새 대입제도는 현재 중3 학생이 대학에 가는 2008학년도부터 적용할 계획으로 혁신위가 주축이 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발표를 두 달 앞두고 새 제도의 핵심인 '교육이력철(내신)'의 구체적 내용과 현재 중3학생이 당장 내년에 고교에 올라가면 쓰게 되는지 등을 묻자 전 위원장은 이렇게 답한 것.그는 "대입제도는 다른 교육문제와 얽혀 있어 전체 얼개를 먼저 짜야 하기 때문에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다.
"백년대계를 어찌 1년만에 정하겠느냐"는 말도 했다.
혁신위는 지난해 7월 말 발족해 교육 개혁방안을 연구해왔고 같은해 12월 청와대로부터 새 대입제도를 혁신위 주도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발표를 두 달 앞두고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물론 아직까지도 혁신위 계획은 이달 내 대입제도 최종안을 만들고 교육부 협의를 거쳐 7월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8월에 발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계획대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을지,또 만든다해도 1년 가까이를 끌어오다 두 달만에 '뚝딱' 만들어낸 새 대입제도가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이력철만 해도 개념만 있을뿐 내용은 없다.
혁신위와 협의를 통해 8월까지 구체적 시행계획을 만들어내야 할 교육부조차 '교육이력철'이 기존 학생부와 뭐가 다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이력철로 이름을 바꾼다고 대학이 신뢰를 갖고 내신으로만 학생을 뽑겠느냐"고 의아해했다.
이에 대해 혁신위는 "교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를 추진한다"며 "교육이력철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 대입 전형자료로서의 역할은 부차적인 것"이라는 이상론적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혁신위에서 파견근무 중인 한 교육부 관리는 "혁신위는 이상에서 출발하고 교육부는 현실에서 출발했는데 아직 중간에서 만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혹시 그 중간을 수많은 학부모의 눈물과 근심 등으로 채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