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당의 '여의도시대'가 14년여 만에 막을 내리고 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오는 1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새 둥지를 튼다. 한차례 정권 창출과 두차례의 대선 실패, 천막당사 생활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여의도무대'를 떠난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올 3월 당사를 영등포 청과물시장으로 옮긴데 이은 한나라당의 이사로 집권당과 제1야당의 당사가 14년 만에 정치의 중심지인 여의도 밖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90년 3당합당으로 시작된 여의도시대는 3김(金)퇴장으로 대변되는 16대 국회를 끝으로 사실상 마감된 셈이다. '탈 여의도시대'를 연 17대 국회는 변화와 세대교체로 요약되는 우리 정치의 격변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장소의 개념을 넘어 기존 질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의도 정치시대는 90년 3당합당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정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이 국회앞 대원빌딩에 임시당사를 마련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마포당사 시대를 접은 평민당이 여의도에 당사를 두고 있는 상태에서 민자당까지 여의도로 옮기면서 주요 정당의 본산이 여의도에 모두 자리잡게 된 것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91년 당사 인근의 극동 VIP빌딩으로 이전,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앞세워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민자당은 큰 길 건너편에 '호화당사'를 마련했다. 거기서 두차례 대선 패배를 경험했고 급기야 올해 불법대선자금 파문이 정국을 휩쓸면서 여의도 천막당사로 거처를 옮기는 신세가 됐다. 당시 야당이었던 평민당(나중에 민주당)은 국회앞 대하빌딩과 여의도 백화점 당사를 거쳐 한양빌딩에 국민회의 간판을 내걸었다. 여기서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은 2000년 기산빌딩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새출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집권당 분당이라는 전례없는 사태를 맞은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이후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당사를 국민일보 빌딩으로 정했다가 대선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영등포로 발길을 돌렸다. 현재 여의도에는 민노당(10석)과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9석)만이 자리하고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