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청와대 경제보좌관,한국은행 총재 등 고위 관료들이 입이라도 맞춘 듯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경제는 지금 침체 터널의 끝자락에 있으며 하반기부터 좋아지고,올해 5%의 성장은 무난하다는게 골자다. 우리 경제가 언제 위기가 아닌 때가 있었느냐는 반문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업무 복귀 이후 계속 '위기과장론'을 언급하는 것에 맞춰 이들의 '낙관론'도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 또한 높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과연 그런가. 정부 관리들은 수출이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이것이 시차를 두고 내수를 이끌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경제현장은 전혀 딴판이다.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오르내리는 등 좀처럼 안정기미를 보이지 않고,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여건이 지극히 불투명한 탓이다. 중소기업들은 물론이고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까지 잇따라 '위기 경영'을 선언하는 현실도 바로 그 때문이다. 어제 전경련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요즘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기업들의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BSI지수는 6월 92.1로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점(100) 아래로 떨어졌다.주변 어디에도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토요일 실시된 재·보선에서 여당 참패의 원인에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정부와 여당의 경제관이 현실과 너무나 괴리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국민 모두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부와 여당만 위기가 아니니 괜찮다며 아직까지도 총선 승리 파티를 즐기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본란에서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지금은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의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성장률 5% 달성이 판단의 기준이 될수도 없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도산, 청년실업의 증가, 제조업 해외이전 등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환부는 의외로 심각하다. 유가 40달러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 경제가 '위기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 경제위기 논쟁보다는 과연 우리 경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냉철히 진단하고 하루빨리 그에 맞는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는 결코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낼수 없다.이번 재·보선이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