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와 같이 아름다운 도시도 드물다. 거리마다 아름다운 조각품이 서있고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노틀담사원 등 미술사에서 빠지지 않는 건축물이 수없이 많고 세기의 건축가 르 코르비제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여름방학을 통하여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해마다 붐비는 그곳,드골국제공항에서 얼마 전 사고로 다섯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를 낸 사고가 있었다. 사고는 테러가 아닌 건축물 붕괴로 인한 것임이 확인됐고 사고 원인은 아직도 조사 중이다. 사고가 난 공항터미널2E는 폭이 35m,총길이 7백m 정도의 거대한 타원 모양으로 된 터널 구조물이고 콘크리트와 유리로 구성되어 있다. 공사 도중 몇번이나 완공이 지연된 기록이 있고 준공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예술의 도시 파리를 상징하기 위해 초현대식 구조와 기술을 활용,설계된 이 터미널은 넓은 조개껍데기의 강고한 특성을 이용하여 전개한 각(shell) 구조형이고 볼트(vault)라 불리는 타원형의 콘크리트 판 구조물이다. 그 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 철강보와 탄소섬유를 접착시켜 콘크리트의 약한 점을 보강해 놓았다. 아마도 구조계산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리라 믿는다. 이 설계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앤드루는 베이징의 국립극장 설계도 맡아 마치 거품이 일어나는 듯한 모양의 건축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고 중국 현장에 체류하다 급히 파리로 돌아와 사고 원인을 규명 중이라 한다. 사고 원인은 아직까지 조사 중이지만 붕괴 직전 콘크리트 균열이 많이 생겼고 균열로 인한 마찰 소리가 있었다는 목격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콘크리트 판구조물은 전단력과 휨응력에 약하다. 특히 볼트식 각구조물은 제일 높은 중간 부분에 휨응력이 가장 많이 작용하고 그 다음이 양쪽 끝 부분이다. 또 전단력은 휨응력이 가장 큰 부분에 가장 작게,반대로 휨응력이 가장 큰 부분에 가장 크게 작용한다. 콘크리트 재료로 스판이 30m나 넘는 각구조는 외부에 철골지지보가 설치되었다 해도 처음부터 무리한 설계였다고 본다. 또한 현대식 탄소섬유를 사용했다면 구조역학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시공상 접합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몇번의 공기 지연으로 인한 총체적 부실공사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담당 건축가에게 있다. 차제에 건축가는 건축을 설계하는 것만으로 임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고 구조적 시공가능성과 재료의 특성 및 공사비의 경제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특히 건축사에 남는 초현대식 건축물을 설계해볼 야심으로 구조와 재료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건축가는 간혹 비현실적인 설계를 내놓아 구조기술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재료가공제작회사와의 법적인 분쟁도 일으킨다. 탄소섬유는 인장강도가 철강보다 몇십배나 강한 최신 재료이긴 하지만 콘크리트와의 접합이 문제이고 만일 그 접합에 의존한 콘크리트 구조였다면 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프랑스 건축가들은 전통적으로 기존의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고 자유분방한 건축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새로운 양식이 구조적으로 시공상의 문제를 초래한다면 한번 더 고려해 보아야 한다. 삼풍백화점 사고를 당해 본 우리들로서는 건축물의 안전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고 구조역학적 기본개념을 갖춘 기술자들만이 시공과 감리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건축설계에서 안전에 직결되는 것이 부재와 부재의 접합부를 명확히 해주는 세부설계이고 이를 소홀히 하지 말기를 설계시공 및 감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인천국제공항 청사 건물은 바닥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있어서 안전한 철강구조로 되어 있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 공항청사의 전반적인 배치나 건축적인 구성 및 구조계획 면에서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우리의 자랑거리다. samchung@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