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 첫날부터 수(數)의 논리에 좌우되는 `냉엄한' 현실정치의 벽을 실감하고, `소수의 힘'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노당은 5일 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기싸움에서 사실상 완전히 소외된 채 현상타개를 위한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한데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다. 원내 10석을 보유한 민노당이 거대 양강 구도를 깨는 일이 현실정치 논리상 불가능한 일이었음에도 불구, 원내 첫 진출에 성공한 민노당으로서는 `뭔가 일을 낼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했던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이에 따른 민노당의 시름도 깊어졌다. 민노당은 이날 국회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국회 파행이 계속됐음에도 불구, 기자회견을 통해서강도높게 비판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애만 태워야 했다. 앞서 민노당은 국회 원구성 단계부터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고 비교섭단체에 부의장 1석 및 상임위원장 2석을 배분할 것을 요구하면서 4당 원내대표 회담을제안했지만, 주요 정당들이 들은 체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와 서민층, 개혁성향 유권자들의 지나친 기대감까지 겹쳐 민노당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노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우리 당의 의석은 10석인데 유권자들은 50석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국회에 대한 경험도 없어서 전략기획팀에서도 원칙만 제시할뿐 현실적인 전략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회찬(魯會燦) 사무총장도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노당이 교조를 관철하려 해서는 안되며,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대변하기 위해 우리가 원내에 들어온 것"이라고 말해 원칙관철을 위한 현실적인 전략을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일단 민노당은 주요 현안에 대해 정치권 밖의 세력과 사안별로 연대하는 `개혁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소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며, 이라크 추가 파병 재검토 문제에 있어서 파병반대 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것은 그런 돌파구 마련의 실례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민단체가 진보적인 주장을 갖고 정치권에 압박하는 역할을 했으나, 이젠 우리가 그 기능을 떠맡아야 한다"면서 "기성정당은 우리에게 10석으로 뭘 할 수 있느냐고 묻지만, 적어도 각종 개혁입법과 현안을 놓고 그들끼리만 협상할 때보다는 더 진보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