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추락을 거듭하던 한국축구가 마침내 부활의날개를 폈다. 박성화 감독 대행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5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터키와의 2차 평가전에서 그동안 거듭된 A매치에서 허우적대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한국축구의 `색깔'을 되찾을 만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시원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의 강호 터키를 상대로 첫 승리를 챙긴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계속된 부진의 터널을 헤어날 수 있는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이 희소식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출신인 이영무 할렐루야 감독은 "A매치 4경기 만에 필드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승리를 챙김으로써 의기소침했던 태극전사들이 자신감과 여유를 되찾게 됐다"며 "젊은 선수들의 압박이 주효한데다 박성화 대행의 용병술도 기가막히게 먹혀들어 모처럼 한국축구다운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축구는 움베르투 코엘류 전 감독의 중도 하차를 야기한 지난 3월31일 몰디브전 치욕의 무승부를 시작으로 4월28일 파라과이전과 지난 2일 터키와의 1차전 등 최근 3경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 플레이로 일관해 축구 팬들의 깊은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당시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예전과는 달리 효율적인 압박을 통해 그라운드를 어떻게 지배할것인 지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공수의 간격을 좁히는 압박 플레이로 터키 주전 선수들을 쉴새없이 괴롭히며 볼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고 과감한 측면 침투로 공세의 물꼬를 트면서 세트 플레이의완성도까지 높이는 소득을 얻었다. 무엇보다 오는 9일 대전에서 열리는 베트남과의 독일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게 큰 소득이다. 박성화 대행은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베트남전에서는 기존의 A대표팀선수들을 주로 기용하겠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은 과감히 제외하겠다"고말했다. 축구계에서는 몰디브전 이후 부진이 계속되자 한국축구가 약체 베트남을 상대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터키전을 계기로 경기의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는 기력을 되찾았고대표팀을 구성하는 신.구 태극전사들의 호흡이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면서 `폭주기관차' 한국축구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 수비라인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도 상대 킬러를 어이없이 놓쳐 선제골을 내준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를 운영하는 안정감이 크게 떨어져 있는데다 여전히매끄럽지 못한 패스워크와 턱없이 부족한 문전의 골 결정력 등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다음 달 17일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4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한국축구로서는 올림픽대표 선수들이 빠지는 상황에서 해외파와 기존 월드컵 멤버들을 중심으로 흐트러졌던 조직력을 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동시에 하루빨리사령탑을 선임해 분명한 목표 의식과 지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