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주민들이 1일 구성된 이라크 임시정부와 미국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3일 이라크 임시정부는 미국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수도 테헤란 남부의 호메이니 사원에서 열린 혁명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 사망 15주기 추도 연설에서 "이라크인들을 모욕하고 이라크 여성들을강간하고 이라크 주민들의 집 문짝을 부수고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는 것, 정치에서성직자들을 몰아낸 결과는 바로 이런 것"이라며 이라크 임시정부를 비난했다. 하메네이의 이런 연설에 수 십만 군중들은 일제히 "미국에게 죽음을!" "영국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내 이런 분위기는 이라크 임시정부에 대해 아랍권 주민들이 대체로 냉소와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레바논의 정치평론가인 라제 호우리씨는 최근 베이루트의 안-나하르 신문에 보낸 글에서 이라크 임시정부를 미국인 마에스트로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에 비유했고런던 소재 알-쿠즈 알 아라비 신문은 사설에서 이라크 임시정부를 지난해 미국이 구성했던 통치위원회의 축소판이라고 비꼬았다. 범 아랍권 신문인 알 하야트의 칼럼니스트인 압둘 와하브 바드르한은 3일 이라크 임시정부가 이라크 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랍연맹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은 이라크 임시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고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와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왕세자 등은 축하 전문을 보냈다. 다만,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은 스페인 방문 중 기자들에게 자신은 이라크내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선택은 이라크 주민들의 몫이며 이라크정부의 정통성은 주민들로부터 나온다"고 밝혔다.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 위원장 출신의 마샬 아질 알-야웨르 대통령은 내년1월말내로 개최될 예정인 총선거 때까지 임시정부를 이끌게 된다. (카이로.테헤란 AP.AFP=연합뉴스)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