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대기업 총수와 릴레이 면담을 진행중인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만나 눈에 띄는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지 않은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개혁속도 조절요청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강 위원장은 이날 낮 12시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정몽구현대차 회장과 1시간30분 가량 만났으나 얼마전 구본무 LG회장 및 최태원 SK회장과잇따라 만났을 때와는 달리 규제완화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위원장은 LG측에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외 지분 5% 한도' 조항 완화 가능성을,SK에는 `외국인 1인'에 해당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늘릴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강 위원장은 이날 정 회장을 만나 현대차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자동차.철강 분야 등에 주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출자총액제한제도 졸업요건 충족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그는 협력업체와의 거래에 있어 납품단가 인하 등 비용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 강 위원장이 현대차그룹의 한보철강 인수이후 당진제철소 완공을 위한 계열사들의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현대차측은 "일반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정 회장은 시장개혁 로드맵을 충분히 이해, 법개정에 적극 협조할 것을 전제로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황임을감안, 지배구조 개선 등 시장개혁 추진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공정위가 발족시킨 최초의 전문독립기업 그룹이자 첫 성공사례라고 자평하고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관련 수직계열 전문그룹으로서 글로벌 톱5를달성하는 것을 지원해 줄 것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위원장이 이날 회동에서 시장개혁 추진속도 조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을 제외하고 일반론적인 수준에서 간담회를 마무한 것과 관련, 유연한모습을 보였던 공정위의 정책이 다시 경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과의 면담에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에서 1시간 30분 가량의 충분한 대화시간이 주어진 만큼공개된 것 외에 `+α'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공정위와 현대차 주변에서는 한보철강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의 한보철강 인수에 따른 독과점 논란이나 계열사 지원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돌았으나 공정위측은 "전혀 그런 논의가 없었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회동은 당초 메리어트 호텔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현대차측의 비공개 요청으로 갑자기 리츠칼튼 호텔로 장소가 변경됐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