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은 치료제이자 그 자체로 훌륭한 건강기능식품입니다. 한의사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주역으로 나서야 합니다." 한의사들의 건강기능식품 연구모임인 '대한건강기능식품학회' 초대 회장에 최근 취임한 정종미 제너지한의원 원장(35)은 "건강기능식품 연구를 통해 한약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한의약 시장의 10배가 넘는데도 그동안 한의사들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해왔다"며 "학회가 앞장서 한약재로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송탄에서 한의원을 개업 중이던 정 회장이 대한건강기능식품학회 창설을 주도한 것은 한의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었다. 정 회장은 삼대(三代)째 한의원 집안 출신이다. 어린 시절 한의사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약을 달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아버지를 도와 작두로 한약재를 써는 것이 즐거운 놀이였다. 학창시절 오빠들이 한의대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정 회장도 가족들과 같은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1987년 정 회장은 마침내 꿈을 이뤄냈다. 동국대 한의학과에 합격한 것이다. "한의사 이외에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에게 주어진 길이 있다면 저에게는 한의사의 길이 주어졌다고 생각했지요." 양의학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치료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공론화하고 있는데도 한의학계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그는 털어놨다. "누군가는 나서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안한다면 저라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 회장은 지난 해 12월 대한한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과 학회의 사업계획서를 올렸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동료 한의사들이 많았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한의사들과 지난 2월부터 매주 회의를 열고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4월 10일 창립총회에서 정 회장은 2백50명의 회원들과 함께 정식으로 대한건강기능식품학회를 발족시킨 다음 최근 창립세미나를 개최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정 회장은 앞으로 학회 문호를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의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건강기능식품 개발·연구는 한의학 대중화의 초석"이라며 "한의학의 세계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