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시장이 규제와 제재라는 악순환에 빠져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정통부는 신세기통신과의 합병인가 조건을 어긴 SK텔레콤에 대해 1백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가 SK텔레콤의 합병인가 조건 이행 보고기간을 2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통부에 제출한데 뒤이어 나온 것이다. 게다가 조만간 통신위원회에서는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지급금지 위반 사안에 대해 영업정지도 배제할 수 없는 고강도 제재를 내릴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도 이런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통신정책위의 결정에 대한 3사의 반응만 봐도 이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SK텔레콤은 앞으로 2년 더 합병인가 조건 위반 시비에 시달려야 하느냐며 불만이고,KTF LG텔레콤은 유효경쟁체제를 위한 가시적인 추가조치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 향후 2년 동안 또 다시 시장의 경쟁상황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이 불가피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를 이 시점에서 냉정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는 논란 속에 신규투자 없는 마케팅 경쟁만 벌어지고,그리고 뒤이어 추가 규제와 제재가 되풀이된다고 해 보자.그 피해는 서비스 사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결국 소비자와 국가경제 모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 너무도 뻔하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통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효경쟁체제도,경쟁제한적 상황도 아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자는데 그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경쟁정책에 대한 입장은 애매하기 그지 없다. 무엇하나 똑부러지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그저 대충 분란만 피하고 보자는 것이 쌓여 오늘날 문제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시장은 그 속성상 경쟁정책 등에서 보듯 규제를 수반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경제가 됐건 소비자 혜택이 됐건 규제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누가 보더라도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규제여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시키고 통신서비스 시장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