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그마 대부'로 불리는 마이클 해리 박사는 31일 "1,2세대 6시그마의 본산지는 미국이었지만 3세대 6시그마를 선도해 나갈 곳은 한국이며 그동안의 성과로 볼 때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한국표준협회 및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공동으로 6월 10,11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할 '6시그마 메가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해리 박사는 본지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을 제3세대 6시그마 운동 출범을 공식화하는 나라로 선택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 적용될 3세대 6시그마의 힘은 소수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로부터 나오게 될 것"이라며 "3세대 6시그마의 핵심은 불량률 감소나 비용절감에 중점을 둔 그동안의 활동에서 더 나아가 가치를 창조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박사님이 모토로라에 근무하던 1980년대 품질 개선운동의 하나로 추진했던 6시그마 활동은 그동안 어떻게 변천해 왔습니까. 새로운 6시그마를 연구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80년대 저를 포함한 모토로라 연구진이 품질개선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활동이 1세대 6시그마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도 기업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면 전사적 차원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90년대에 들어 6시그마를 기업의 수익제고와 직결시키는 2세대 활동을 펼친 것도 이 때문입니다. GE, 포드와 같은 기업들은 2세대 6시그마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들 기업에선 경영진의 주도로 진행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상당한 효과를 냈습니다. 문제는 이런 프로세스는 대기업에 적합한 것이라는 점이었죠. 저는 회사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이 6시그마로 성과를 내길 희망했습니다. 특히 블랙벨트(6시그마 활동을 도입하려는 기업에 개념과 기법을 교육하는 전임 전문가)와 그린벨트(블랙벨트로부터 교육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6시그마 활동을 병행하는 전문가)를 지원한다면 전사원에게 확대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죠. 그래서 지난 2년간의 연구끝에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3세대 6시그마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미래 경영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연구하고 있는 새로운 6시그마의 목적과 개념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프로세스 개선에 주로 적용돼 온 6시그마는 이젠 성숙단계에 이르러 과거의 개선 속도만큼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됐습니다. 새로운 전략이 절실한 시기가 됐죠. 저는 3세대 6시그마에서 세가지 핵심요소를 도입했습니다. 첫째, 기업의 가치사슬에 연관된 사람들을 최대한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협력업체까지 포함돼야 합니다. 둘째, 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6시그마를 전파해야 합니다. 끝으로 6시그마가 불러올 강력한 힘은 블랙벨트 같은 소수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로부터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새로운 접근법의 효과는 놀라울 것입니다. 그동안 6시그마 전문교육을 이수한 소수의 블랙벨트와 그린벨트들이 성취한 성과도 대단한데 직원이 참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6시그마가 기존 단계에서 벗어나 향후 혁신과 경쟁력 제고로 발전하는 단계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합니까. "3세대 6시그마가 확산되면 과거의 품질개선의 도구에서 벗어나 사고방식의 전환을 불러올 것입니다. 교육방법과 실행방식 또한 지난 10년간 모든 산업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 인터넷 같은 신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하게 되겠죠. 이렇게 되면 '소수의 전문가'가 이끌어온 6시그마 활동은 '모든 직원'에 의한 활동으로 발전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유통분야에도 6시그마가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유통분야 6시그마 실행 프로세스는 명확히 표준화되지 않아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게 어렵습니다. 유통분야에서 6시그마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6시그마를 유통분야에 적용시키려고 하면 거부감부터 생기게 마련입니다. 유통분야는 6시그마와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 때문이죠. 하지만 제조 프로세스와는 차이가 있지만 엄연히 유통에도 프로세스가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고 6시그마가 필요합니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활용하면 유통분야 6시그마의 우수사례를 발굴해 전파할 수 있습니다." -6시그마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6시그마를 통해 직원들 개개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나 이점이 있을까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두 가지 핵심 요소는 경영진의 의지와 목표의식, 그리고 이 운동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그린벨트 블랙벨트 마스터블랙벨트 등과 같은 리더의 역량입니다. 경영진의 의지와 목표의식이 없다면 6시그마는 한낱 교육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6시그마 리더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영진의 의지도 소용없게 되지요. 따라서 6시그마로 높은 성과를 거두려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6시그마를 성공적으로 실행한 기업은 고객만족과 비용절감은 물론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데 따른 사기진작의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사실에 바탕을 두고 행동하기 때문에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직급 차이를 염두에 두고 행동을 삼가는 경우가 줄어듭니다." -6시그마는 한국에서 특히 성공적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의 6시그마 운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한국에서 6시그마가 성공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젠 기존의 것과 차별화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할 준비가 됐습니다. 3세대 6시그마를 서울에서 최초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새로운 6시그마는 개인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차원에서도 신사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런 운동이 전 직원들에게 확산된다면 말 그대로 '신사고의 거대한 해일'(tsunami of reasoning)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3세대 6시그마는 특히 비용 문제로 6시그마 도입을 망설여온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시하는데 미국인들은 그 반대의 경향을 보입니다. 6시그마를 기업문화로 정착시킬 때 문화는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6시그마 전략을 세울 때 해당 국가의 문화와 융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6시그마를 기업 상황에 맞게 조정할 때는 해당국 문화가 큰 영향을 끼칩니다. 보상 및 인정정책을 예로 들어볼까요. 미국에선 개인의 성공사례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어떤 사회에서는 이러한 관행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경영진은 그 사회의 핵심가치를 충분히 이해한 후 그 가치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구체적 목표를 수립해야 합니다. 6시그마 활동이 성공하려면 커뮤니케이션, 가치공유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 책임은 경영진에 있습니다. 6시그마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들에도 개선의 여지가 많은데 그런 부분입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 < 마이클 해리 박사는 > 마이클 해리 박사는 6시그마를 창안한 인물이다. 6시그마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의 저서 '6시그마:세계 일류 기업을 혁신하는 경영전략'은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저널, 아마존닷컴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기도 했다. 해리 박사는 모토로라에 근무하던 1987년 6시그마를 창안했다. 정부용 전자기기 사업부에서 일하던 그는 어떻게 하면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던중 통계지식을 활용키로 한 것. 이 통계적 기법과 밥 갤빈(Bob Galvin) 모토로라 회장이 1970년대말부터 벌여온 품질개선 운동이 결합돼 탄생한 것이 바로 6시그마 운동이다. 그가 창안한 6시그마 운동은 지난 92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도입했으며 점차 GE, IBM, 소니, 포드 등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확산됐다. 6시그마 확산은 경영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판단한 해리 박사는 잭 웰치 GE 회장 등 세계 유수기업 CEO들에게 6시그마를 교육하기도 했다. 그동안 35개 대기업에서 6시그마를 통해 5백억달러가 넘는 절감효과를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6시그마경영연구소(SSMI:Six Sigma Management Institute)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