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계 무장세력들이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부 석유도시 알 호바르의 외국인 주택단지와 석유 관련 시설에 총기를 난사하고 인질극을 벌이다 사우디 보안군에 의해 만 하루 만에 진압됐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는 이날 "무장괴한들의 총격으로 사우디인과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등 1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일부 목격자들은 미국인 등 외국인 7명과 사우디인 9명 등 최소 16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우디의 외국계 석유기업 직원인 외국인들을 겨냥함으로써 향후 원유수급 불안을 노린 테러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무장 괴한들은 이날 외국인 주택단지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외국인들을 향해 수차례 총기를 난사해 주민들을 사살한 뒤 인근 건물에 침입, 건물 안의 외국인 등 수십명을 인질로 잡고 대치했다. 사우디 보안군은 30일 새벽 헬기를 동원한 진압작전을 개시, 인질 25명을 구출했으나 아시아계 7명과 스웨덴·이탈리아인 각 1명 등 9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돼 인질범들에 의해 목이 베여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풀려난 인질 중 한 명은 범인이 모두 4명으로 2명은 진압작전 도중 사살되고 2명은 체포됐다고 전했으나 정확한 인질범의 숫자와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알카에다는 사건 직후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슬람의 자원을 강탈하는 미국기업 핼리버튼과 관련있는 미 정유회사를 공격했다"고 강조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