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과 납품업체간 갈등이 심각하다.


올들어 잇따라 발생한 풀무원-까르푸,CJ-까르푸간 분쟁은 납품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 준다.


풀무원과 CJ는 그나마 납품 중단이라는 최후 수단을 선택했다.


그러나 판매처 확보가 힘든 많은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할인점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반면 할인점들은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며 제조업체의 주장을 반박한다.


양측의 주장은 무엇이며 공생의 길은 없는지 3회에 걸쳐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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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식품 K상무를 만나 할인점에 대한 불만을 듣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회사 방침이라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그는 절대 익명으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여러 번 받은 후에야 불만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너무 심합니다.그렇지만 별 수 있나요.할인점 힘이 세니까 당할 수밖에.우선 물건을 넣어야 살게 아닙니까.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하지요."


그는 요즘처럼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 납품가격을 협상하는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농심 진로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은 그나마 할인점에 맞서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 납품업체들은 적자계약을 맺기 십상이지요. 원가는 50원 올랐는데 20원만 올려주면 30원이 손해 아니겠습니까."


그는 원자재가격이 10% 올라가면 2∼3%는 납품업체가 자체 흡수하고 7∼8%는 올려야 하는데 할인점들은 3∼4% 올려주는 게 고작이라고 하소연했다.


K상무에 따르면 신상품을 낼 때도 골치가 아프다.


신제품이 나오면 자기 매장부터 깔자는 압력이 할인점들로부터 들어온다.


신제품을 자기 고객에게 먼저 선보일 뿐 아니라 신제품출시 마케팅 비용을 납품업체에 요구할 수 있기 때문.


K상무는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마진 30%짜리 신제품이 입점하는 순간 역마진으로 돌변한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내수침체로 할인점들은 각종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납품업체들은 반갑지 않다.


경품 등 행사 비용을 모두 떠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개를 사면 한개를 더 주는 '1+1'행사는 추가부담이 커 공포의 대상이라고 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시중에서 파는 1백g짜리 제품을 90g짜리로 줄여 따로 만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할인점은 판매장려금을 요구하거나 인쇄전단비 판촉도우미 인건비 광고판비용 등 각종 판촉비용을 업체에 전가하는 경우도 많다.


납품업체들의 이같은 불만에 대해 할인점들도 할 말이 많다.


A할인점의 L 임원은 "제품 1백개를 납품해서 10이란 이익을 남기는 업체에 판매가를 낮춰 이익을 5만 남기라고 할인점이 요구했다고 칩시다.할인점은 대신에 공급수량을 3백개로 늘려 제조업체에 15의 이익을 남겨 줄 수 있습니다.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파트너십 내지 공존공생은 바로 이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B할인점의 한 바이어는 '원플러스원' 행사에 대해 5대5 정도로 비용을 분담하고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제조업체가 여러 할인점과 거래하다보니 이곳 저곳에서 행사요청을 받게 되고 이런 점에서 피부로 느끼는 부담감이 클 뿐"이라고 주장했다.


L 임원은 "원플러스원 마케팅으로 인해 일부 제조업체들이 역마진을 겪는다고는 하지만 납품하고 있는 전체 상품을 따지면 결코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인점이 자사의 경영효율화에 노력하지 않고 오로지 납품업체만 쥐어짠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할인점이란 업태 자체가 비용절감 측면에서 뛰어나다"며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이나 물류 관련 대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비판은 합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고기완·장규호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