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실대 법대 교수.헌법학 > 민주노동당이 제17대 총선에서 원내 10석을 차지하면서 제3당으로 국회에 진입했다. 최근 정당 선호도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제2당인 한나라당을 위협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민노당이 정책정당으로서 각계각층의 유권자들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고 연착륙하려면 지금부터의 행보가 중요하다. 이미 민노당은 '소모적인 사회갈등을 줄이고 전향적인 에너지 정책수립을 위해서'라는 기치를 내걸고 부안과 고창,영광 등 방폐장 후보지로 거론되는 6개 지역을 상대로 순회조사를 실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순회조사는 지난 총선에서 오는 2035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건 민노당이 실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다양한 여론을 듣고 이를 국회에서 수렴하는 절차를 밟는다면 이는 기존 정당이 보여주지 못한 신선한 의정 활동이 될 것이다. 이는 정당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노당의 이번 순회조사가 일반 국민들에게 단지 반원(反原)행보라는 인식만 심어준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7%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수급의 안정적 확보야말로 경제는 물론이고 에너지 안보를 통한 사회발전에 필수적이다. 원자력은 우리 전력 공급의 40%를 떠맡고 있는 핵심적인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민노당은 핵에너지에 대한 절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안 에너지 개발과 보급,그리고 에너지의 효율적 소비 체제 구축 등과 관련된 건설적인 방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해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민노당은 최근 치솟는 유가 등 국제적 에너지난을 계기로 원자력이 우리의 경제와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에너지정책에 있어서 좀더 유연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정책은 현실적인 것이어야 한다. 이번 에너지 정책 수립을 위한 의원 당선자 순회조사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회에서의 법안이 이뤄지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재야가 아닌 어엿한 원내 정당으로서 한단계 성숙된 자세로 우리 사회 및 경제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안정감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