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관문인 파리 샤를드골공항.공항 내 엘리베이터는 LG전자의 양문형 냉장고가 점령했다. 엘리베이터의 문 바깥쪽에 큼지막하게 그려진 LG전자 냉장고 모습이 언뜻 보면 진짜 냉장고처럼 보일 정도다. 차를 타고 공항입구를 나서면 이번엔 삼성전자의 초대형 휴대폰 조형물이 시선을 붙잡는다. 매년 6천만명 이상의 공항 이용객들이 3층 건물 크기의 이 조형물을 보고 있다는 게 삼성의 설명. 삼성 LG 등 우리 기업의 활약으로 프랑스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급상승하고 있었다. 국내에선 반(反)기업정서 등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선 교포들의 기를 살리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주역으로 뛰고 있다. 파리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교포 김상용씨는 "이미 삼성은 소니를 제친 것 같다"며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교민들의 자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생활 18년째인 김씨는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은 기업들 덕분에 '뛰어난 기술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해외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되고 국내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지만 요즘 교포들의 자부심은 확실히 예전보다 달라보였다. 사정은 독일에서도 비슷했다. 뒤셀도르프에서 만난 유학생 윤정이씨는 "아직 노키아가 휴대폰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저가품=노키아,고가품=삼성'이라는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돼 있다"며 "삼성 휴대폰을 갖는 게 젊은이들의 꿈"이라고 전했다. 독일에 온 지 7년째인 윤씨는 "축구의 나라이자 벤츠 폭스바겐 등 자동차의 나라인 독일에서 열리는 2006년 월드컵의 자동차부문 공식파트너로 현대자동차가 참여키로 한 것을 두고 독일인 친구들이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을 자주 꺼낸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기업 이윤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방식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교포들이 전하는 우리 기업의 활약상을 곱새겨보게 된다. 파리=장경영 산업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