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들의 연중 최대행사라고 할 중소기업 주간이 돌아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해 보인다. 중소기업들이 처한 오늘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때마침 어느 중소기업인의 '눈물로 쓴 폐업신고서'(본지 18일자 1면)는 그런 중소기업의 현실을 압축해 전해주고 있어 씁쓸함이 더하는 느낌이다. 신제품 개발에 과감하게 도전했고,그 결과 특허 수출선 확보 등 성과도 적지 않았지만 일시적으로 봉착한 자금난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력하기만 했다.사업성과 기술력만으로는 금융관행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말이다. 전인오 씨아이정보기술 사장의 폐업신고서 얘기는 그만의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왜 내가 제조업에 손을 댔나"하는 회한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도 공감하리라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 자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상황은 특히 그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 3월 중 중소제조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68.6%에 불과했고,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업종의 경우 가동률이 50%대 밑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10개 중 7개는 3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가동률이 떨어지고 자금난이 닥치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여기에 원자재난 유가급등 차이나쇼크 등 각종 외부 악재들까지 겹쳐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상황이 나빠지자 금융회사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 대출을 옥죄거나 아예 기존 대출금까지 회수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때마침 오는 21일 대통령이 중소기업인들과 만나는 만큼 그 자리에서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들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금융 조세 구매 규제완화 인력문제 사업전환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중소기업의 68%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것은 역시 자금지원 문제다.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 만기 도래에 따른 중소ㆍ벤처기업의 자금부담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정부출연금 규모를 대폭 확대,담보 부족으로 애로를 겪는 기업을 지원할 기반을 확충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유망업체에 대해선 신규대출 만기연장 등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도산해 버리면 그 자체로 국가 경제의 큰 손실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