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17일 종신고용 보장과 노조와의 협의 없는 경영 의사결정시 이사진의 전원 퇴임 등을 명문화하는 고강도 경영참여 요구안을 마련, 파장이 예상된다. 쌍용차 노조의 이같은 요구는 채권단의 해외매각 재추진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대우종합기계 등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다른 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ㆍ중공업ㆍ기계산업 분야의 대기업 노조가 민주노총의 올해 단협 가이드 라인에 따라 직접적인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단협안을 잇따라 확정하면서 재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 회사경영 직접 개입하겠다 쌍용차 노조가 마련한 '해외 현지공장 설립과 합작에 따른 자본이동에 대한 특별협약 요구안'의 골자는 △조합원의 종신고용 및 국내시설 가동률 보장 △노사 해외 경영전략위원회 설치운영 △노조의 이사회 참여와 책임경영제 도입 등. 한마디로 노조가 경영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해외공장 설립시 노조와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아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사진 전원이 퇴진하는 책임경영제 도입과 노조 임원의 이사회 참석과 노사동수 징계위 구성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인위적 고용조정 금지, 라인 가동률 80% 이상 확보, 아웃소싱ㆍ영업양도ㆍ합작시 노사합의 의무화, 해외 현지법인 생산 차종의 국내 반입 금지 등 경영 전 분야에 걸친 내용이 총 망라돼 있다. ◆ 경영참여 요구 봇물 올해 완성차 노조는 경상이익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사측에 공동으로 요구했다. 여기에 기아차는 노조의 이사회 참여 및 노조 추천 사외이사 임명, 징계위 노사동수 참여 등의 '카드'를 뽑았다. 조선 중공업 업체도 1∼2년의 정년연장 및 비정규직 건강권 보호와 임금 대폭 인상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직접적인 발언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동차 노조는 특히 경영참여의 명분으로 국가기간산업의 공동화 현상과 이에 따른 고용불안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 역시 해외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회수에만 급급한 채권단의 근시안적인 졸속 매각을 막고 고용안정과 회사의 장기적 비전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사항이라는 주장이다. ◆ 불안한 사측 재계는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줄 경우 노조와 합의 없이는 경영의 핵심 사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 심각한 경영권 침해가 초래될 것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형 사업장 노조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태세를 보이고 있고 상급단체인 민노총은 물론 지난달 총선을 통해 제도권 내 '발언권'을 확보한 민주노동당의 연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이미 생산라인의 전환배치와 차종변경 등을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사실상 생산현장의 통제권이 노조에 넘어간 상황이라는게 업체의 하소연. 또 올해 노조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해외 공장 건설 등 글로벌 전략의 추진 역시 노조의 '도장'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완성차 A사 관계자는 "국내시장의 한계와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거점의 이동은 기업 생존의 문제인데도 노조가 일방적인 주장만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부실기업의 매각과정이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정부의 균형적인 시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