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7일 '신기남 의장호'를 띄웠다. 정동영 의장이 이날 공식 사퇴함에 따라 신 의원이 의장직을 승계한 것이다. '천·신·정 트리오' 중 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데 이어 개혁성향의 신 의원이 의장이 됨으로써 '천·신 투톱시대'를 활짝 열었다. 두 사람 모두 '탈레반'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중도 진보성향의 개혁파라는 점에서 개혁 드라이브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오는 29일 노무현 대통령을 초청,당 진로에 대한 특강을 들을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지도부 개혁성 강화=4개월 만에 퇴진한 정 의장이 온건 개혁파라면 신 의장과 천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 분류돼 왔다. 두 사람의 지도부 포진을 '개혁신당의 완성'이라고 보는 시각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당의 개혁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두 사람은 언론과 사법개혁의 조기 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개혁행보에 나설 태세다. 신 의장의 일성도 개혁이었다. 그는 "민생경제와 개혁은 한덩어리라고 본다"며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며 시스템 개선은 쉽지 않은 만큼 강철 같은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개혁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앞서 정 전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 의장직에서 물러나 평당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인의 인생은 몽골기병처럼 달릴 때도 있지만,소달구지처럼 논길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갈 때도 있는 것"이라며 "지난 선거전에서 저의 허물이 본의 아니게 많은 분들께 아픔을 드린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겸허하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진로와 당직인선=내년 1월께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진용을 갖춰야 한다는 게 중론이어서 일단 신 의장 체제가 8개월 정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신 의장이 정치력을 발휘한다는 전제에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조기전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 지도부 출범으로 당직개편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박영선 대변인이 정 의장과 동반사퇴함에 따라 임종석 의원과 김현미 당선자가 공동대변인에 내정됐다. 또 원내 수석부대표는 재선의 이종걸 의원이 맡기로 했으며 부대표단은 10∼12명으로 구성된다. 이번주 내에 4명의 정조위원장 인선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