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의 포로 학대 사건을 성역없이조사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미국 육군의 안토니오 타구바(53) 소장은 제2차 대전 때 미국과 함께 일제와 싸우다 포로로 붙잡혔던 필리핀인의 아들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른바 `타구바' 보고서를 작성해 포로 학대사건의 진상을 군 수뇌부에 보고한 타구바 소장의 아버지는 제2차 대전 당시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미군 예하부대 `필리핀 스카우트' 소속으로 일본군과 싸우다 포로로 붙잡혔다. 타구바 소장의아버지는 그후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해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였고 전쟁이 끝난 후에야 귀향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 하와이에 이민한 타구바 소장은 아이다호 주립대학군사관후보생(ROTC)을 거쳐 기갑장교 생활을 시작했다. 가혹하기로 이름난 일제의포로 생활을 견딘 아버지의 영향과 `기회의 땅' 미국에 매료됐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가 자연스럽게 군을 `고귀한 소명'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동료들에게서 "강직하고 원칙에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평범한 군인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그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라크 포로 학대 추문 때문이었다. 쿠웨이트에 본부를 둔 미국 육군 제3군 및 연합지상구성군사령부 사령관이었던데이비드 매키어넌 중장은 이라크내 수감시설에서 미군이 이라크인들을 학대한다는의혹이 끊이지 않자 부사령관인 타구바 소장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타구바 소장은 조사팀을 이끌고 한달여에 걸쳐 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 3월10일지금은 유명해진 `타구바 보고서'를 내놨다. 원칙을 중시하는 그의 강직한 성품은학대 추문 조사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당초 상부에서 내린 지시는 헌병여단의 비행 여부 조사에 국한됐지만 그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문제를 파헤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자세를 보였다. 타구바 소장은 보고서에서 포로 신문을 담당했던 계약직 조사관들과 군 정보요원들이 학대에 깊이 간여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53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에서 타구바 소장은 이라크 수용소에서 벌어진 일은 "엄청난 비행이며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타구바 소장을 잘 아는 사람은 그의 타고난 성품 때문에 이와 같은 보고서의 작성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일했던 육군의 장성은 "당신이 진실을원한다면 그는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면서 "그는 난관에 겁먹지 않고 당당히 일어서서 대적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타구바 보고서'로 특히 필리핀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타구바소장의 `관운'은 지금으로서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비록 필리핀계 미국인으로서는 두번째 고위직인 육군 소장까지 진급했지만 `육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사단장 직책을 경험하지 못했고 향후 보직도 국방부 동원업무 담당 부차관보로 정해졌다. 뉴욕 타임스는 육군 관례상 이 보직을 받게 된 것은 `영전'으로 볼 수 없다고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