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동절 휴가가 끝난 후 첫 월요일이었던 10일 오전. 삼성 LG 포스코 등 중국 진출 대기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출근과 동시에 긴급회의를 가졌다. 주제는 단연 '차이나쇼크'의 영향 분석과 대응 방안 모색.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 상하이 진출 금융회사 역시 중국 금융시장 동향 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업들은 중국의 경기 진정 대책이 중국에 대한 수출과 투자사업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 시멘트 자동차 등 과열투자 분야의 일부 투자기업은 직접적인 사업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의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올해 베이징공장의 승용차 생산능력을 기존 연산 15만대에서 30만대로 증설할 계획"이라며 "중국 당국의 자동차 분야 경기 진정 대책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 신규로 진출한 철강 관련 업체 역시 투자사업 차질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베이징에 진출한 한 중소 투자업체는 "지난해 말 공장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인근 개발구에 땅을 사놨다"며 "그러나 이 지역이 정부의 개발구 정리 대상에 포함돼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개발구 조성사업 제동을 위해 최근 전국적인 개발구 통폐합 조치를 취했다. 이들 일부 분야를 제외한 다른 산업 투자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반응이다. '어느 정도 단기적 영향은 피할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우선 노동절 연휴 전 금지됐던 중국 상업은행의 대출금지 조치는 휴가가 끝나면서 모두 정상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은행 상하이지점 남중길 지점장은 "중국 상업은행 대출은 노동절 휴가가 끝난 지금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며 "그러나 철강 시멘트 부동산 등 중국 정부가 과열로 지정한 분야 대출은 좀 더 엄격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 분야의 경우 기존에는 지방은행 전결로 대출이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승인권이 중앙 본점으로 이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동산 분야 대출의 경우 기업 대출에는 다소 규제가 있지만, 소비 대출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경기 진정 대책이 일부 산업에 국한해 추진될 것임을 보여준다. 중국계 은행과 자금 거래가 많은 삼성의 경우 은행 대출이 정상화되면서 한 시름 놓은 모습이다. 베이징의 삼성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이후 진출 투자기업의 현금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일부 관련 유통업체들이 은행 업무에 약간의 차질이 있을 뿐 아직 이렇다 할 영향은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내수시장에도 이상기류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노동절 휴가 기간 각종 제품 판매량이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나는 판매 호조를 보였다. LG전자는 다만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분야 과열 진정이 장기적으로 가전시장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투자업체들은 중국의 이번 과열 진정 대책이 그동안 문란했던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 중국 비즈니스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둥성 옌타이에 굴착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우종합기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채규전 법인장은 "매출 증가에 매달리기보다는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기술 경쟁력을 확고히 하는 등 체질 강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중국본부의 김동진 본부장은 "지나치게 과민반응하기보다는 중국의 경기 진정 대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한우덕ㆍ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