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명보험회사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장기보유 목적 유가증권)의 평가손익 처분손익에 대한 회계처리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회계학자의 시각,보험학자의 시각,감독당국의 시각 등 다양한 시각이 있을 터이나 필자는 무엇보다도 감독당국의 규정개정 방향이 과연 법 질서에 부합하는지,위헌성이 없는지가 궁금하다.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감독당국은 생보사가 보유하고 있는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손익과 처분손익을 생보사가 취득한 시점 이후부터 보유기간 동안의 유배당과 무배당 준비금의 평균비율에 따라 계약자에게 배분토록 변경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재산이 처분됐을때 그 이익은 처분시점의 이해관계자의 몫(지분)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공평하고 현실적으로 무리 없이 적용 가능한 유일한 배분방법이다.그런데 금감원은 계약자의 과거 기여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다시 말해 처분하는 현시점에서의 유배당계약군과 무배당계약군 간의 지분이 아니라 그 주식을 보유한 시점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유배당과 무배당 간의 평균지분을 배분기준으로 함으로써 과거계약자들의 기여도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나 법적으로는 많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과거계약자의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가 없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다소 어려운 설명이 될 수 있으나,헌법재판소는 소급입법이 이미 완결된 사실에 대한 것일 때에는 '진정(眞正) 소급입법'으로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아직 완결되지 않고 진행중인 사실관계나 법률관계에 대한 것일 때에는 '부진정(不眞正) 소급입법'으로서 예외적으로 허용될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부진정 소급입법이 허용되는 것은 신법의 적용으로 인해 빚어지는 기존 이해관계자의 이익 침해보다 신법에 따른 공익이 '현저히' 큰 경우일 때다. 그런데 이번 생보사의 매도가능증권에 대한 배분기준 개정의 경우, 현재 진행중인 사실관계 및 법률관계에 대한 것이므로 그것이 법률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진정 소급입법인가를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금감원의 의도대로 규정이 개정된다면 이는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에 직접적이고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따라서 주주의 권리에 대한 실질적 침해를 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는 보험업계, 나아가 국내 금융기관의 재무정보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이라는 공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 반면 소급입법을 통해서라도 지켜야 할 만큼 공익적 가치는 현저하게 큰 것인가? 공익적 가치가 인정되려면 과거계약자의 기여도를 반영한 개정규정이 모든 회사의 모든 계약자에게 항상 이익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른다면 유가증권의 처분손실에 대해서도 과거 계약자의 기여도(책임)를 반영해야 하므로 만약 증권 가격이 폭락할 경우에는 계약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 오히려 공익을 저해하게 된다. 또한 처분익이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과거계약자가 기여한 만큼의 이익이 실제로 공평하게 그 계약자에게 지급될 수 있을 것인가? 계약이 이미 소멸돼 있으니 줄 방법이 없다. 오히려 자기의 기여도가 후대(後代)의 다른 계약자에게로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와 계약자 세대간 불공평성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있다. 이는 과거 계약자와 현재 계약자 또는 회사와의 불필요한 분쟁만을 유발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증가시킬 위험이 크다. 보험계약자의 권익은 마땅히 보호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번 개정안은 공익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편익보다 비용을 더 크게 초래할 우려가 있어 위헌의 소지가 크다. 따라서 이 문제는 주주의 사적 권리침해 문제나 공익 부합성 문제가 먼저 해결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도있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