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자동차 보유 지분 전량을 해외 주식예탁증서(GDR)로 전환,해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4일 관련업계와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다임러는 전날 보유중인 현대차의 지분 10.44%(2천2백90만8천8백주)를 GDR로 전환 청구했다. 원주가 GDR로 전환되면 해외시장에서만 거래될 수 있는 만큼 다임러의 이번 전환 청구는 해외 매각을 위한 사전 조치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번 조치에 비춰 현대차와 다임러 양사 간 결별 발표는 멀지 않은 것 같다. ◆GDR 전환 배경 다임러가 해외 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에게 현대차 지분을 나눠 팔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임러가 원주를 국내 시장에 내다팔 경우 현대차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다임러 입장에서도 주가가 하락하면 매각 대금이 줄게 된다. 다임러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의 시장가치는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임러가 현대차 보유지분을 GDR로 전환해 해외 시장에서 팔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방지할 수 있다. 뉴욕이나 런던 시장에서 편리하게 사고 팔 수 있는 만큼 자금동원력이 탁월한 원매자를 찾기도 쉽다. 특히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이점까지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임러로부터 GDR 전환과 관련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원주 보유자라면 GDR 한도 내에서 누구든지 전환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사업 신경전 치열 현대자동차와의 결별을 앞두고 있는 다임러는 2005년부터 중국에서 벤츠 생산에 나서는 등 중국 중심으로 아시아 전략을 재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다임러의 위르겐 슈렘프 회장이 독일을 방문 중인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만나 "중국내 벤츠 승용차 생산 법인 설립은 아시아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임러와 베이징자동차는 10억유로를 투입,사업 첫해에 벤츠 C클래스와 E클래스 2만5천대를 생산키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다임러에 정식으로 승용차 사업 승인을 내준 것은 아니다"며 다임러의 중국 사업 추진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현대차는 다임러와 합작하려는 베이징자동차와 앞서 합작하면서 계약서에 "다른 승용차 업체와는 합작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삽입,법적 마찰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설영흥 중국담당 고문을 부회장으로 발령하고 중국 사업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내보이고 있는 것도 다임러 승용차 사업의 중국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 [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 제휴 일지 ] 1999년 6월:현대차,다임러 공동으로 대우차 인수입찰 참여 2000년 5월:현대차-다임러-미쓰비시간 월드카 공동개발 합의 8월:현대차,다임러에 지분 10.4% 매각 2001년 2월:양사 상용차 합작 추진 6월:상용차용 대형엔진개발 합작법인 설립 합의 2002년 5월:현대차-다임러-미쓰비시 3자간 승용차엔진(글로벌 엔진 얼라이언스) 합작법인 설립 2003년 10월:다임러,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 추진.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한 현대차와 마찰 2004년 4월:현대-다임러 포괄적 제휴 청산 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