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군의 영토 사용과 값싼 연료공급 등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미국을 비밀리에 지원했다고 양국 관리들이 25일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미군은 이라크 전쟁중 사우디 내에 공군사령부를 두고 F-16 전투기는 물론 급유기와 첩보기 등을 모두 250~300 차례나 출격시키는 등 핵심적인 공군작전 대부분을 사우디 영토를 통해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사우디 내 사회불안 가중을 우려해 1년 이상 비밀에 부쳐졌으며 양측은 최근까지도 이라크전 당시 미군의 사우디 주둔은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로 최소화됐다고 밝혀왔다. 외교적 민감성과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양국 고위 정치.군 관리들은 많은 사우디 국민이 이라크전에 반대했으나 사우디 왕실이 사우디 영토를 이용한 광범위한 군사작전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상공격의 중심은 쿠웨이트였지만 수천명의 미군 특수부대가 사우디로부터 작전을 펼치도록 허용됐으며 터키가 자국 영토 사용을 불허한 뒤 사우디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지금까지 이라크전에서 사우디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만 사용했다고 밝혀왔으나 미군과 연합군은 다부크 공군기지와 아라르공군기지 등 모두 3곳에서 공격과 첩보, 정찰비행 등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당시 사우디에 공군사령부를 두고도 사우디 내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에 대한 전황브리핑을 카타르에서 하기도 했다. 양국 관리들은 그러나 겉으로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외 다른 지역의 미군 주둔은 식량투하나 스커드미사일공격 대비 등 인도주의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우디는 이밖에 미 해군 순항미사일의 자국 영공통과를 허용하고 수천만 달러상당의 연료를 미군에 값싸게 공급했으며 전쟁 전 하루 산유량을 150만 배럴 늘려 국제유가 안정을 돕는 등 미국의 이라크전 수행을 적극 지원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준비단계부터 프린스 반다르 빈 술단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와 전쟁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양국에서 모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