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등장해온 단골 정책메뉴다. 역대 정부는 출범 초기에 정부조직의 비효율성을 부각시키며 메스를 들이댔지만 정부 주도로 진행된 정부조직 개편은 거의 예외없이 최종 수요자인 기업과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통 제조업을 관장하는 부처(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 관련 산업 정책을 맡는 부처(정보통신부)가 나뉘어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8개국밖에 안된다"는 한 대기업 임원의 하소연은 수요자 입장에서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2원18부4처16청으로 돼 있는 정부조직을 3원12부4처14청으로 대폭 축소하도록 제안했었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국무총리 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을 합치는 방안도 제시했다. 62개 정부기관을 40개로 3분의 1 이상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이밖에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정부의 재정 및 예산 기능을 일원화하고,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부를 사회복지부로 통합하며,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중소기업청 등 산업 관련 부처를 산업기술부로 통폐합하는 등 '시장'의 관점에서 정부조직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민간연구소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합, 공적 민간기구로 개편하고 교육인적자원부는 △과학기술부의 기초과학 인력양성 △노동부의 능력개발 △문화관광부의 청소년 육성 기능을 통합해 인적자원부로 재편토록 해야 한다는 건의서도 내놓은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에서 분리, 총리실 소속 통상교섭처로 두는 방안 등도 제시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를 폐지, 인사정책 집행기능은 중앙인사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지방세입 및 세출 총괄기능은 재경부에 넘기는 등 비효율적으로 분산돼 있는 핵심 행정기능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게 민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