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는 인공지능(AI) 기본법이 1년4개월간 표류한 끝에 폐기 절차를 밟았다. 큰 이견이 없음에도 정치 이슈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법안을 논의할 회의조차 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개최할 예정이던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로써 오는 28일 열릴 예정인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기회가 무산됐다.

정부안을 토대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AI기본법에는 △3년마다 AI 기본계획 수립·시행 △인공지능위원회 등 관련 조직 신설 △AI 기술 개발 활용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AI 기업이 지나치게 뒤처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보루로 여겨진다.

당초 여당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질의와 AI기본법 등 민생 법안 처리를 의제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 남발·예산 낭비 문제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AI기본법 처리를 요구하면서 방심위 징계·예산 남발 문제는 논의하길 거부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AI기본법 통과만 시켜달라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충분한 숙의 기간을 두고 AI기본법을 개정·조율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민생 현안 처리를 미뤄온 건 민주당”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AI기본법은 22대 국회에서 일러야 9월 이후에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