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푸드'의 반대 개념인 `슬로 푸드', 즉 제 고장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집에서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자는 운동이 호응을 얻으며 점차 세를 굳혀 가고 있다. 지난 1986년 이탈리아 로마의 유명한 스페인 계단 부근에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이 들어선데 격분한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페트리니가 제창한 `슬로 푸드' 운동은 전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으면서 현재 미국 지부에만도 회비를 내는 회원이 1만2천명이나 되는 세력으로 자라났다. 그러나 패스트 푸드를 몰아 내자던 출범 초기의 서슬 시퍼런 `슬로 푸드' 운동은 점차 성격이 부드러워지면서 지금은 특정 식품에 대해 금지나 불매운동을 벌이지는 않으며 심지어 튀김 전문 식당에서 파는 고열량 음식조차 극단적으로 외면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슬로 푸드 회원들도 원칙을 매일 지키지는 못한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한다. 두 아들의 학교와 운동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애틀랜타의 한 주부 회원은 바삐움직이는 자신과 두 아들이 차분하게 식탁에 앉아 전통 조리방식의 음식을 즐기기는어렵다면서 조리된 닭을 사다가 데워 주고 콩 넣은 쌀밥이나 새로 지어주는 것이 고작이라고 말한다. 프렌치 프라이가 눈 앞에 있을 땐 굳이 피하지 않는다는 다른 회원은 가끔씩 풀어 키운 닭과 유기농 식품, 직접 짠 과일 주스, 소량생산된 맥주를 사서 한 시간 이상 걸려 스스로 음식을 만든다. 신선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겨울엔 깡통도 이용하는융통성을 발휘한다. 슬로 푸드의 가장 큰 약점은 재료인 유기농 식품이 대량생산된 슈퍼마켓 상품에비해 값이 비싸다는 것. 풀어 키운 칠면조의 값은 대량보급 제품인 버터볼 상표의칠면조에 비해 무려 4배나 비싸다. 이 때문에 슬로 푸드 운동이 `가진 자들'을 위한 운동이란 비판도 간혹 나오지만 슬로 푸드 USA 회장인 패트릭 마틴스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사회운동은 여성 참정권이나 민권운동, 환경운동을 막론하고 교육받은 엘리트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소수만이 이런 운동을 지지했지만 지지 그룹은점점 커지게 마련"이라면서 수요가 늘어나면 이런 식품을 생산하는 비용도 줄어들것이라고 말했다. `8주간의 건강여행' 저자인 앤드루 웨일 박사는 이런 운동을 시작하는데 반드시부자일 필요는 없다면서 그저 흔히 사용하는 몇 가지 식품을 신선식품과 유기농 식품으로 바꾸는 것이 훌륭한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요즘은 전통 식품이나 유기농 식품을 구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으며 호울 푸즈나 와일드 오츠 등 일부 소형 식품체인들은 이런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웨일박사를 비롯한 450명의 의료계 전문가들은 지난달 애리조나 대학에서 열린영양학 회의에서 근래 심각해지고 있는 미국인의 비만과 당뇨의 책임은 환자들에게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를 멀리 하도록 권고하지 않은 의사들에게 있다면서 의사들이영양 문제를 좀더 진지하게 다룰 것을 촉구했다. (애틀랜타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