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텔레크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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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간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개정된 선거법으로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를 할 수 없어 후보자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돈도 목소리도 꽁꽁 붙들어 맨 꼴이어서 중앙당의 정치TV광고는 선거판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돈과 조직,바람이 승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TV광고는 '바람'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1992년 대통령선거 때 처음 도입된 정치TV광고는 여러 차례의 총선과 대선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 진영에서는 TV광고를 일등공신으로 치켜 세울 정도다.
특히 노 대통령의 눈물광고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해서인지,주요 정당들의 이번 총선TV광고는 감성을 자극하는 화면이 유난히 눈에 자주 띈다.
한나라당은 잘못을 저질러 어머니에게 매를 맞는 불효자를 자처하면서,철썩철썩 매를 맞는 종아리를 클로즈업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 순간 울부짖는 의원들의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힘이 모자라 막지못한 억울함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역시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삼보일배'의 고통스러운 장면을 급히 삽입해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이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광고는 텔레크라시(telecracy)로도 불린다.
텔레비전과 데모크라시를 합성한 말인데 밀실정치를 공개정치로,광장정치를 안방정치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텔레크라시는 1960년 케네디와 닉슨 간의 TV토론이 효시인데 한동안 중단됐다가 1976년에 부활돼 미국 대선 때마다 열린다.
화면에 의한 광고도 갈수록 늘어나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부시와 케리 진영은 벌써부터 수천만달러의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다고 한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각당은 구태정치를 벗고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하나같이 TV광고를 통해 눈물 등의 '감성정치'를 부각시키고 있음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감성정치는 자칫 정책개발 경쟁을 소홀히 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