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금융시장(중국 제외)에서 이뤄지는 대출 가운데 중국 금융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섰다. 중국 은행들이 4천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덕분에 생긴 강한 금리 경쟁력을 무기로 국제 금융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넘치는 달러 때문에 생긴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측면도 일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금융시장에도 차이나파워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디케이트론 시장에서 중국 은행들의 대출이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신화통신) 중국의 아시아 금융시장 점유율은 2000년만 해도 9%에 그쳤다. 하지만 2002년 13%에 이어 지난해에는 21%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 은행들이 해외에 대출한 자금은 전년보다 50% 증가한 1백44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은행들은 특히 해외지점을 늘려 금융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공상은행이 지난해 런던에,건설은행이 올해 초 서울에 지점을 내는 등 저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중국은행(BOC)의 경우 해외자산이 전체 자산의 30%에 이르며, 세전이익의 82.7%가 해외자산에서 나온다. 특히 중국 은행들의 해외지점은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교민은 물론 현지 외국 기업까지 고객으로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국의 대기업 상당수가 중국 은행들을 통해 대중국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국제 금융기관의 지분 참여에까지 나서고 있다. 최근 페루 리마에서 열린 IDB(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연례총회에 참석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지분참여를 희망한다'는 황쥐 부총리의 친서를 IDB 총재에게 전달했다. ◆돈값(금리)이 싼 게 중국의 경쟁력 중국 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과거 중국산 제품이 싼 가격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 낮은 돈값이 먹혀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 수출입은행 베이징사무소의 전선준 차장은 "중국 은행들의 외환 대출금리는 리보+0.5~0.8%로 한국 은행들의 외환 조달금리 수준"이라며 "경쟁이 안된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의 외환 대출금리가 낮은 이유는 조달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무역흑자와 외자유치 덕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이미 4천억달러를 돌파한 데다 외화예금만 1천4백60억달러에 이르면서 예금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위안화 예금도 11조위안(1조3천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기업들의 차이나 러시도 중국 은행들의 파워가 커지는 배경이다. 중국 은행들은 대부분 외국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과 관련한 대출을 하고 있다. BP의 인도네시아 액화천연가스 중국 공급사업에 중국은행이 10억달러를 대출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 중국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해외 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전년보다 44% 증가한 21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했다. 중국 은행들의 최대 골칫거리인 국유기업 대출 부실을 줄이는 위험분산 전략 차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