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달부터 하루 100만배럴의 생산쿼터를 예정대로 줄이기로 함에 따라 현재의 고유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계획됐던 내용이어서 세계적인 석유소비 비수기가 본격화되는이달 중순부터는 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수침체와 탄핵정국에 따른 불안한 정정에 고유가까지 겹쳐 경기회복의 무거운짐을 지고 있던 국내 경제로서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정부-업계 움직임 = OPEC의 총회 소식이 전해지자 산업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달 OPEC의 기습적인 감산결정은 시장 가격에 충분히 반영돼 있고 최악의 시나리오로 우려됐던 추가 감산안은 상정되지 않아 가격 여파가 크지 않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와 석유공사는 OPEC의 이번 결정으로 단기적으로는 두바이유 기준 30달러대의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지만 곧 가격 하락이 불가피, 2분기 평균 가격이 26-28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 정을래 대리는 "OPEC총회를 앞두고 투기자금 유입이 늘고 있으나 계절적 비수기 돌입 등 요인이 반영되면 유가는 곧 내림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물론 급격한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자부 염명천 석유산업과장도 "심리적인 요인으로 며칠간 유가가 오를 수 있지만 고유가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노력외에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은 사실상 필요없게 됐다"고 단언했다. 유가에 민감한 항공, 해운, 정유, 섬유업계 등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보이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계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평균 30달러선을 넘어선 가운데 OPEC의 추가감산 조치가 취해지면 원가상승, 경영계획 수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OPEC의 총회결과가 예상수준에 그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전망 =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현재의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두바이유(31일 종가 30.49달러)는 이라크전쟁의 충격이 컸던 작년에 비해 3.70달러, 브렌트유(33.08달러)는 4.38달러, 미서부텍사스중질유(WTI, 36.19달러)는 5.08달러 비싸다. 정부가 예상하는 수준까지 유가가 떨어지려면 최소한 한달정도가 걸리고 시장가격에 반영되는데는 2-3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해 유가변동이 당장 국내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제유가가 연평균 1달러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15%포인트 오르고, 무역수지는 7억5천만달러 감소하며 경제성장률은 0.10%포인트 하락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유가 유지론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낙관은금물이다. 세계 경기의 회복추세속에 석유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OPEC이 생산량을 줄이고 하루 150만배럴로 추산되는 과잉공급분에까지 규제를 강화할 경우 각국의 원유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최근 선진국을 바짝 긴장시키는 테러 발발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한번 걷잡을 수 없는 상승세를 탈 수도 있고 유가하락 지속시 OPEC은 또다시 추가 감산 카드를 꺼내들 여지도 충분히 있다는 점도 유가전망을 어둡게 하는요인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