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들이 다시 뭉쳐 평화의 그라운드에 돌아온다.' 국가대표 출신의 축구 원로들이 초청 경기를 갖는 이라크올림픽팀에 우정을 듬뿍 실은 축구공을 선물하는가 하면 옛 이라크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추진하는 등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양국 우호 증진에 힘을 보탠다. 1960년대 한국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허윤정(69)씨 등 대표팀 전신인 '양지' 출신 멤버들은 오는 4월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한국과 이라크의 올림픽축구 평가전을 하루 앞둔 5일 이라크팀의 숙소나 훈련지를 찾아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구와 2002한일월드컵 기념구 등 100여개의 축구공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허씨를 비롯해 이세연, 정병탁, 이영근, 조정수, 서윤찬, 이이우, 최재모, 김기복씨 등이 참석할 예정이며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김정남 울산 현대 감독도 행사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지난 67년 이라크에서 열린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 양지팀의 이름으로 출전했던 주인공들로 허씨가 당시 주장을 맡았었다. 한국과 미수교 관계였던 이라크땅을 밟은 한국인은 유학생 1명을 제외하고는 당시 대표팀이 처음이었다는 게 '노장'들의 기억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37년전에도 바그다드의 축구열기는 뜨거웠으며 양팀이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숙소에 태극기를 거꾸로 달아놓을 만큼 한국은 낯선 나라였지만 이라크인들은 대표팀을 호의적으로 대해 주었다는 것.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라크는 전쟁을 겪었고 한국도 평화재건 목적으로 자이툰 부대를 파병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올림픽팀의 방한 소식을 접한 허씨는 축구인들이 양국 국민간 우의를 다지고 파병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며 '이벤트'를 준비했고 "한명이라도 피를 흘려서는 안된다"며 옛 동료들도 의기투합한 것. 이들은 이라크인들이 전쟁으로 지친 마음을 축구를 통해 치유했으면 좋겠다며 축구공을 선물로 선택했고, 파병의 긴장을 축구로 풀려는 '노병'들의 열의에 반한 비바스포츠 권오성 사장 겸 중고축구연맹 부회장이 선뜻 축구공을 내놓았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삼촌이기도 한 허씨는 "나이가 들었지만 나라를 위한 일에 한몫하고 싶다. 스포츠에는 벽이 없지 않느냐"면서 세계군인선수권 당시 이라크 국방부 앞에서 찍었던 기념사진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 원로는 나아가 37년전에 격돌했던 이라크대표팀과의 'OB 대결'을 오는 6월로 예정된 자이툰 부대의 파병에 발맞춰 이라크 현지에서 여는 것을 추진할 생각이다. 축구공 전달식 때 양복에 '1967-2004'라는 숫자와 함께 한국과 이라크 소형 국기를 부착할 옛 '태극전사'들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선수단 단장과 만나 당시 멤버들의 소재 파악 등을 포함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대한축구협회 등에 OB전 성사를 요청할 생각이다. 축구협회 고위관계자는 "취지가 좋은 만큼 OB전이 열릴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