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의 현대 경영권 조건부 포기 선언 이후 현대-KCC의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양측의 `표대결'이 극심한 혼전양상을 빚고 있다. 특히 현정은 회장 지지를 결정했던 소액주주 모임이 `개별 주주의 판단에 맡긴다'며 한목소리 내기를 사실상 포기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표심'도 크게 동요하고있어 지분경쟁의 `승부수'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범현대가의 거취가 이번 주총의승부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측은 KCC의 무차별 공세를 비난하며 자사주 대량 매입 방침을 발표, 주주달래기에 나서고 있고 `심리전'에서 다소 반전을 기하게 된 KCC는 여세를 몰아 의결권 확보에 전력투구, 엘리베이터 주총 올인전략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흔들리는 소액주주 표심 = 현대엘리베이터 소액주주 모임은 26일 재투표를 실시, 현회장을 지지키로 했던 당초 입장을 뒤집고 중립을 선언했다. 이날 투표에는 정회원 24명이 참여했으며 현대와 KCC 지지가 각 11표, 중립이 2표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액주주 모임은 "양쪽에 대한 지지가 동수로 나타나 운영위원회 차원에서는 중립방침을 정했지만 `중립' 자체에 표가 많이 몰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각 주주들이 지지측을 판단해 결정하도록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혀 일치된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는 포기의사를 시사했다. 소액주주 모임은 이번 주총에서 지지측을 선정,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며 야심찬 의지를 보여왔지만 KCC가 지난 24일 `엘리베이터 주총에서 패배하면 현대경영권에서 손을 뗄 것이며 지분도 전량 팔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뒤 주가가 급락하면서 결국 `세결속'에는 실패하게 된 셈이다. 이번 투표 참여 인원이 24명에 불과, 대표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소액주주 지분은 총 17.65%이지만(125만9천184주) 소액주주모임(전체 회원수 670명)의 지분은 2-3% 수준이다. ◆현대-`악재' vs KCC-`호재' = 얼마전까지만 해도 현회장측의 주총 승리가 예고된 듯 보였다. 지분면에서도 현회장측 우호지분이 30.05%로 KCC측(16.11%)을 압도하는데다 소액주주들의 지지마저 등에 업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KCC의 조건부 경영권 포기선언 이후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처분명령된 KCC지분 처분으로 물량이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데 이어 KCC 지분 전량 매도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가 급락세가 가속화되면서 주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KCC의 조건부 포기 선언이 주주들을 압박, 대반전을 기하기 위한 심리전 성격의시나리오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현대측은 소액주주 모임의 지지 철회에 이어 주주들의 추가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측은 자사주를 대량 매입키로 하고 KCC측에 매도물량을 장외에서직접 넘겨줄 것을 요청키로 한 상태이며 현회장 등 현대측 특수 관계인들은 이미 추가 지분 매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이날 자료를 통해 "KCC가 단기간에 걸친 무차별적인 지분 대량 매도로주가를 폭락, 불안심리를 조장해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비열한 술책을 쓰고 있다"고비난하고 주주들의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KCC는 "소액주주들이 현회장 지지를 철회해 준 것에 대해 일단 고맙게 생각한다"며 "아무쪼록 이번 주총때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승패 결정의 열쇠는 `범현대가' = 소액주주들이 한목소리를 내는데 실패한 현상황에서 결국 결정적인 승패의 열쇠는 범현대가가 쥐게 됐다. 범현대가(15.4%)가 KCC편을 들어준다면 KCC는 대역전의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현재로서는 엘리베이터 주총의 전초전이었던 지난 23일 현대상선 주총에서 현대건설현대백화점, 현대차 등 현대 계열사들이 중립을 선언한 선례로 볼 때 현대가계열사들은 이번 주총에서도 어느 한편을 지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일단 현대백화점(2.95%)은 이번에도 중립을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CC와 암묵적 공감대를 형성해온 것으로 알려진 현대종합금속, 현대중공업, 한국프랜지, 울산화학의 경우 거취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KCC가 조건부 포기 방침을 발표하고 지분을 대량 매도, 25일자로 김문희씨(현회장 어머니)측에 1대 주주자리를 내준 것도 `김씨 일가로 그룹이 넘어갈 수 있다'는불안감을 조성, 정씨일가의 결속을 꾀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회장측은 `범현대가가 중립을 표방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고 KCC는 내심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우리 편을 들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가운데 범현대가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